[헬스파일] 장골동맥 폐색증

입력 2010-02-28 17:45


대기업 마케팅부장인 김모(54)씨가 최근 길을 걷다가 엉덩이와 허벅지, 장딴지 부위 근육이 아파 병원을 찾아왔다. 특히 계단을 오르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는 먼저 척추 질환을 의심하고 정형외과와 신경외과에서 각각 필요한 검사를 받았으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다 그는 혈관외과에서 ‘장골동맥 폐색증’이란 뜻밖의 진단을 받았다. 척추질환 때문인 줄 알았던 증상이 골반 부위 안쪽에 위치한 동맥이 막혔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란 얘기다. 그가 이 병을 얻은 주원인은 복부비만과 고지혈증 때문이었다.

장골동맥 폐색증은 동맥경화로 인해 다리에 피를 공급하는 장골동맥(복부 대동맥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골반 내에 위치한 큰 동맥)에 쌓인 피 떡으로 인해 피돌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병이다. 처음에는 엉덩이와 허리, 고관절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정도이지만 계속 방치하면 피가 통하지 않게 된 부위의 말단 조직이 썩게 돼 절단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맥이 완전히 막혀 있는 경우라도 조기에 발견하면 비교적 치료가 잘 된다는 점이다. 혈관 협착이 심하지 않을 때는 약물 치료를 통한 혈중 콜레스테롤 관리와 함께 금연 등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 쉽게 호전시킬 수 있다.

물론 좀 더 진행해 협착 증상이 심할 때는 풍선이 달린 가느다란 관을 허벅지 동맥을 통해 집어넣은 다음 혈관을 넓혀주거나 금속 그물망(스텐트)을 설치해 혈류를 개선해주는 혈관중재 시술을 받아야 한다. 또 혈관이 중증 동맥경화로 아예 막혔을 때는 인조혈관 또는 본인의 다른 부위 혈관을 이용해 우회로를 만들어 주는 혈관성형 수술이 필요하다.

주의할 것은 장골동맥 폐색증이 허혈성 대퇴골두 괴사증이나 척추관협착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여 감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엉덩이 부위로부터 허벅지 쪽으로 이어지는 근육에 통증을 느낄 때 고관절과 척추 부위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반드시 장골동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골동맥 폐색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연을 실천하고, 평소 자신의 체력에 맞는 종목을 선택해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고위험 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늘 자신의 혈관 상태를 체크하고 관리해야 한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혈관이 건강해야 한다. 자신의 건강 수명은 혈관 수명과 같다는 점을 명심하자.

박호철 원장(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