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뉴욕서 주목받은 백미옥씨, 5년만에 국내 개인전

입력 2010-02-28 17:36


고난·침묵 깨고 심연의 꽃 ‘능혜’ 피워내

최근 독일 베를린과 미국 뉴욕 등 해외 전시로 주목받은 중견 작가 백미옥(58)씨가 서울 평창동 갤러리 키미아트에서 5년 만에 국내 개인전을 연다. ‘능혜(菱蕙)’라는 타이틀로 23일까지 갖는 10번째 개인전에서 작가는 회화와 설치 등 20여점을 내놓았다. ‘능혜’는 고난과 침묵을 깨고 작가의 혼으로 피어낸 심연의 꽃을 의미한다.



출품작들은 현재를 지탱시키고 앞으로 이어지게 할 힘의 뿌리에 대해 끊임없이 되묻고 탐구한 흔적의 결과물이다.

작가는 마치 석공이 망치와 정을 끊임없이 두드려 돌 안에 숨어있는 형태를 드러나게 하듯이 붓과 물감으로 반복 작업을 통해 내면의 이미지를 끄집어낸다. 노동집약적 세필 드로잉으로 그려낸 색들이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분히 추상적이었던 기존 작업에 비해 나무, 산, 꽃, 잎 등 구체적인 자연물을 화면에 옮겨냈다. 6개의 소품으로 구성되는 나무 시리즈, 산과 장미를 소재로 한 대작, 한 화면에 하나의 줄기로 서로 연결돼 있는 꽃, 작가의 얼굴을 바탕으로 작업한 마스크 등이 이색적이다. 하지만 이는 상상의 사물일 뿐 실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마음 속의 꽃인 능혜가 관람객들에게 회로처럼 이어져 작은 기쁨과 생의 환희로 다가가 또 다른 형태로 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산 자락의 가정집을 리모델링해 카페 겸 전시장으로 꾸민 갤러리는 북악산과 인왕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문화명소로 자리잡았다. 생명력 있는 그림이 확 트인 전망과 함께 잘 어우러진다(02-394-6411).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