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빠가 돌아왔다’ 이봉조 역 배우 이문식

입력 2010-02-28 17:37


망가진 아버지…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김영하의 소설 ‘오빠가 돌아왔다’ 속의 아버지 이봉조는 한마디로 ‘막장’이다. 가족들에게 폭력을 서슴없이 휘두르고 만날 술에 취해 있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고발할 거리를 찾아내고 이걸 업으로 삼는다. 권위 있는 가장으로 군림하려 하지만 성인이 돼 4년 만에 돌아온 아들의 발길질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초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오빠가 돌아왔다’가 연극으로 재탄생한다. 이봉조 역은 이문식이 맡는다. TV와 영화를 통해 그는 서민적이고 사람냄새 나는 캐릭터를 구축했다. 여기에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코미디에 잘 어울리는 배우로 각인됐다.

최근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만난 이문식은 이미 외모상으로는 완벽하게 이봉조가 돼 있었다. 얼굴은 초췌했고 수염은 정리되지 않은 채 얼굴을 덮고 있었다. 푹 눌러쓴 모자에 얼굴은 더 그늘졌다. 그는 영화 ‘마을금고 연쇄습격사건’을 위해 17㎏을 감량하는가 하면, 드라마 ‘일지매’에서는 배역을 위해 멀쩡한 앞니를 뺄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하는 배우다. “좀 핼쑥하게 될 필요가 있었어요. 다이어트도 좀 하고 있고요. 관객이 보기에 ‘저 사람 잘 살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면 안 되거든요.”

‘일지매’와 ‘마을금고 연쇄습격사건’에서 절절한 부성애를 보여준 것과는 정반대의 인물을 연기할 이문식은 “아버지는 다 똑같다”고 했다. “표현방식이 극단적이어서 그렇지 기본적인 부성은 다 가지고 있습니다. 옛날 시골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식을 때리고 하는 게 사랑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잖아요. 이봉조의 모습에서 요즘 일반 서민 가장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권위도 없고, 벌어놓은 돈도 없습니다. 연극을 보면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될 겁니다.”

이문식은 소설과 연극의 차이에 대해 “소설이 가벼운 터치로 진행된다면 연극은 캐릭터를 더 희화화한다”면서 “하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큰 메시지를 던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연극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미디 연기와 정극 연기에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공공의 적’의 산수는 코미디 연기를 한 게 아니에요. 시골에서 올라와 고생하며 살다가 강철중한테 잡혀가서 맞는 거거든요. 개인의 삶은 코미디가 아닌데 사람들은 웃죠. 제대로 된 코미디를 연기하는 배우는 가슴이 정말 아픈 거예요. 무대에서 배우가 고통스러울수록 관객은 즐거워하죠. 코미디 연기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상황 때문에 캐릭터가 웃기게 되는 거죠.”

영화 ‘플라이 대디’ ‘구타 유발자’ 등에서 이문식은 진지한 역할에도 도전했지만 대중은 이를 환영하지 않았다. 이문식은 “개인적으로 코미디 이미지 말고 다른 역할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은 있다. 언젠가는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중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걸 잘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TV와 영화 활동으로 바쁜 이문식은 연극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해 “돈만 보고 한다면 연극으로 올 수 없다. 살다보면 돈만으로 따질 수 없는 게 많다”라면서 “연극은 처음 연기를 하려는 이유였고 이번 작품은 대본이 정말 재미있다”라고 설명했다.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는 3월 6일부터 5월 23일까지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이봉조 역은 이문식, 이한위, 김원해가 번갈아 연기한다(02-766-6007).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