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퀸’ 인터뷰] “부모님께 좋은 모습 보여줘 기쁘고 해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

입력 2010-02-26 18:37

“해냈다는 생각에 속이 시원해져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것 같다.”

진정한 ‘피겨퀸’에 등극한 김연아(20)는 26일 시상식이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언제 울었느냐는 듯 미소로 생글거렸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외신 기자들의 관심에 미소로 답변을 이어가던 김연아는 영어로 말해 달라는 질문에 “I can't believe it(정말 믿을 수 없다)”이라며 유창하게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김연아는 “오랜 기간 연습했는데 준비했던 것을 다 보여주고 금메달을 따서 정말 기쁘다. 쇼트프로그램과 롱프로그램(프리스케이팅)을 모두 ‘클린 프로그램’으로 처리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점수도 너무 잘 나왔다”고 말했다.

올림픽에는 첫 출전해 긴장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연아는 “그동안 국제대회를 많이 치렀기 때문에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특별히 올림픽이라고 긴장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울음을 터뜨린 이유에 대해 그는 “그동안 경기를 치르면서 다른 선수들이 우는 모습을 많이 봤다. 왜 우는지 궁금했는데 나는 이번에도 울지 않을 줄 알았다. 근데 왜 울었는지, 내 생각에는 이제야 해냈다는 생각이 들자 속이 시원해져 눈물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 이어 롱프로그램에서도 ‘클린 프로그램’을 한 것에 대해 “롱프로그램에서 ‘클린 프로그램’을 한 것은 아주 오랜만인 것 같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지만 그때 롱프로그램은 클린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연습할 때에는 클린이 많았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이 끝난 뒤 축하하는 문자를 아주 많이 받았다. 오늘은 휴대전화를 아직 확인 못했는데 그때보다 더 많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김연아는 “TV로 한국 선수들이 쇼트트랙이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을 봤다. 나도 한국 선수단에 금메달을 추가해 기분이 좋다. 이번 피겨 금메달로 인해 많은 한국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경기를 지켜본 뒤 눈물을 흘렸다는 소식에 그는 “엄마는 항상 옆에 있지만 아빠가 경기장에 직접 온 적은 거의 없다. 부모님 앞에서 평생 꿈꿨던 올림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고 감사드린다”고 했다.

김연아는 새로운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 시간이 좀 더 지난 뒤 다음 목표를 생각하겠다”며 “일단 3월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밴쿠버 일정이 마무리되면 토론토로 돌아가 대회를 준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밴쿠버=이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