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가계빚 첫 1500만원 돌파

입력 2010-02-26 18:45


2009년 경기침체로 최하위층 소득감소… 계층 양극화 심화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1인당 1500만원을 넘어섰다. 가계부채의 90% 이상을 금융기관 대출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시행될 경우 가계의 이자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우리 경제에 큰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경기침체로 실질소득이 줄고 상대적 빈곤율은 높아지는 등 계층 간 소득양극화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09년 4분기 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733조66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6.6% 늘었다. 이를 지난해 추계 인구수로 나누면 1인당 빚은 1505만원으로, 3분기 말보다 43만원 증가했고 가구당 빚도 4337만원으로 124만원 늘었다.

가계부채를 의미하는 가계신용은 금융기관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외상구매 등 판매신용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전년 말보다 6.7% 늘어난 692조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증가폭은 지난해 2분기 13조8000억원, 3분기 14조1000억원, 4분기 43조6000억원 등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보험 등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의 4분기 가계대출은 전분기보다 7조6000억원이나 늘었다. 이는 분기별 증가액으로는 사상 최대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지만 가계부채가 더 큰 문제”라며 “부채 문제는 앞으로 장기간 우리에게 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당국자들이 가계부채 수준이 매우 높다고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09년 연간 및 4분기 가계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가구(2인 이상) 월평균 총소득은 344만원으로 전년대비 1.5% 증가했으나 연간 실질소득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3% 감소했다. 특히 최하위 20%인 1분위에서만 소득이 0.9% 감소했다.

전반적인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314로 전년보다 0.001 낮아졌으나 최상위 20% 소득을 최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소득5분위 배율은 5.76으로 0.05배 포인트 높아지고 상대적 빈곤율도 전년대비 0.2% 포인트 증가했다.

기획재정부는 “일용직과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1분위)은 소득이 감소해 상대적 빈곤율과 소득 5분위 배율이 다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