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억류 민간인은 누구?… 비공식 루트 ‘제2 로버트 박’ 가능성

입력 2010-02-26 22:30

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알려진 우리 국민 4명은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 땅으로 넘어갔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정부가 개성공단, 금강산, 평양 등지에 체류 중인 1054명이 모두 안전하고, 군사분계선 철책도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26일 “국경에 있는 중국 군인이 북한 군인으로부터 며칠 전 남한 사람 4명이 ‘김정일 각하를 만나러 왔다’면서 넘어왔다는 말을 중국에 거주하는 지인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4명 신원에 대해 “확인 중”이라며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단체 활동가, 선교사, 탈북자, 언론인 등의 가능성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남측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월경한 사례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중 인권단체나 종교단체 활동가에 무게를 두는 쪽에서는 지난해 12월 북한에 종교자유와 인권문제 개선을 촉구하며 무단 방북했던 로버트 박(한국명 박동훈) 사건을 주목한다. 같은 신념을 갖고 방북을 감행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일각에서는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자가 북중 국경을 통해 북에 남아 있는 가족을 만나는 경우가 있었던 만큼, 이들이 최근 강화된 북한 당국의 단속망에 걸린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 언론이 탈북자에 대해 “불법 입국”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지난해 3월 탈북자 취재도중 억류된 미국인 여기자 2명처럼 언론인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해 10월 군사분계선 철책을 뚫고 북한으로 들어간 강동림씨 사건과 같이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중국을 통해 월북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지만, 당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자진 월북”이라고 보도했었다.

북한은 이번 사건을 남북 대화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남한에 대해 카드를 하나 쥔 셈”이라며 “원칙을 내세우며 뻣뻣하게 나오는 남한 정부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촉구할 용도로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히려 이번 일이 전화위복이 돼 남북 대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피억류자들의 석방과 그 조건을 두고 양측이 머리를 맞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날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떠나면서 “북핵 6자회담 맥락 안에서 북미 양자대화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6자회담 복귀 전 북미 양자대화는 없을 것이라던 기존 입장이 완화된 것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