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금메달 따기까지… 전담코치 오서·안무가 윌슨 만나며 피겨퀸으로
입력 2010-02-26 18:23
김연아의 본격적인 밴쿠버 동계올림픽 준비는 2006년 여름부터 시작됐다.
당시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기는 했지만 김연아에겐 체계적인 코칭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김연아는 2006년 여름 어머니 박미희씨와 함께 캐나다 토론토를 찾았다.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뭔가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김연아가 처음 만난 사람은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이었다. 당시 김연아는 기술은 어느 정도 괜찮았지만 자신감이 부족했고, 무릎과 발목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영어도 문제였다.
윌슨은 다소 경직돼 있던 김연아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발산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어 했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를 만난 것은 그 다음이었다. 오서 코치는 당시 김연아가 훈련하던 연습장의 스케이팅 임원이었다.
하지만 어머니 박씨는 오서의 합리적 스타일을 보고 김연아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오서는 당시까지 특정 선수만을 전담해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엔 난색을 표시했지만 김연아 모녀의 거듭된 부탁에 코치를 맡았다.
박씨는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서 코치는 무엇보다 연아가 감정을 어떻게 추슬러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연아의 감정을 존중하고 코치와 선수가 동등한 관계가 되는 것이 바로 연아에게 필요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오서 코치가 최종 수락을 하자 김연아는 어머니와 함께 아예 토론토로 건너왔다. 김연아 에이전트와 물리치료사까지 따라오면서 김연아 팀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서 코치는 안무가 윌슨과 함께 김연아를 본격적으로 지도했고, 김연아는 성인 무대에서 연달아 1위에 오르며 성장해 나갔다.
밴쿠버 올림픽이 점점 다가오면서 오서 코치는 김연아의 멘털리티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1984년 사라예보, 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남자피겨 은메달리스트인 오서 코치는 김연아에게 금메달을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올림픽에서는 모든 메달이 소중하니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라며 김연아를 감싸 안았다.
김연아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금메달을 딸지는 하늘이 결정하는 거라고 하잖아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요. 만약 내가 금메달을 따지 못한다고 해도 아주 많이 실망하지는 않을래요”라고 말한 것도 오서 코치가 평소 강조했던 마음가짐과 같다.
라이벌 아사다 마오의 존재도 김연아에게는 도움이 됐다. 김연아와 아사다는 언제나 비교대상이었다. 아사다는 힘들고 어려울 때 김연아 본인을 일으켜주는 자극이었다.
무엇보다 어머니 박씨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박씨는 한국 피겨가 척박한 불모지였던 지난 97년 어린 딸에게 스케이트화를 신겼고, 결국 세계 ‘피겨 퀸’으로 길러냈다.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순간 박씨와 아버지 김현석씨는 앉아 있지 못하고 경기장 복도에서 딸의 연기를 지켜보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밴쿠버=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