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국민 여동생이 金… 집안일처럼 기뻐”
입력 2010-02-26 22:28
도심 통행량 뚝·주식 거래량도 한때 급감
모두가 한 마음이었다. 피겨 퀸 김연아 선수가 26일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친 4분9초간 전국의 거리는 한산했고 주식시장은 거래량이 급감했다.
사람들은 서울역 대합실과 공항 입·출국장은 물론 대형 TV가 놓여진 가전제품 대리점, 식당, 은행, 회사 등에 모여 김연아의 연기를 숨죽인 채 지켜봤다. 마침내 김 선수가 역대 최고점으로 금메달을 확정짓자 일제히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방송작가 한지혜(28·여)씨는 “김 선수가 연기하는 동안 숨조차 마음대로 쉴 수 없었는데 연기를 마치고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기에 금메달을 확신했다. ‘국민 여동생’이 금메달을 따니 마치 집안일처럼 뿌듯하다. 너무 자랑스럽다”고 기뻐했다.
특히 김연아가 연기를 마친 직후 눈물을 보인 데 이어 시상대에 올라 애국가를 들으며 또다시 눈가를 훔치자 많은 국민들은 벅찬 감동을 느꼈다고 전했다.
김길순(76·여)씨는 “교회 노인대학에서 친구들과 같이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보며 응원했다. 김연아가 누군지는 할머니들도 다 안다. 눈물이 왈칵 났다”고 말했다.
김우열(31)씨는 “나도 감동을 받아 눈물이 핑 돌더라. 그동안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겠나.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여든 장소에서는 김 선수가 점프를 성공할 때마다 어김없이 “그렇지” “잘한다”는 감탄사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김단비(26·여)씨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50.06점이라는 높은 점수가 나오자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역전골을 넣기라도 한 것처럼 동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중국집 배달원 박종민(28)씨는 “배달해야 할 음식이 있었지만 김 선수의 연기를 보고 나서 출발하려고 늑장을 부렸다. 사장님도 같이 텔레비전을 보느라 크게 뭐라고 하지 않더라”며 웃었다.
사람들이 온통 TV 앞으로 몰려간 덕에 도심 주요 도로의 통행량은 일시적으로 급감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20분~1시35분의 평균 거래 변동량은 5분당 1851주를 기록해, 경기 시작 직전(3269주)의 절반에 불과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본회의 도중 김 선수의 금메달 소식을 전하며 “국위를 크게 선양했으며 국운 상승의 좋은 조짐”이라며 박수를 제안했고,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박수를 쳤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참으로 기쁘고 자랑스럽다. 훌륭한 성적으로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에게 큰 기쁨을 선사하는 대단한 일을 해냈다. 축하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이경원 손병호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