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의 베네통, 온라인 콘테스트 “새 모델 찾아라”

입력 2010-02-26 18:16


포르투갈의 숫양, 38세 흑인 아저씨, 한국의 여고생….

모두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베네통의 다음 모델로 응모한 이들이다.

파격적인 색상과 금기를 깨는 광고로 유명한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베네통이 패션계의 상식을 깨는 또 하나의 실험에 나섰다. 21세기의 새로운 얼굴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모델 콘테스트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베네통은 지난 8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남들과는 다른 당신만의 특별하고 놀라운 그 무언가를 찾고 있다”며 “당신의 외모가 아니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 달라”고 세계 11개 언어로 공고했다. 홍보용 인터넷 동영상에는 오대영이라는 한국 사람이 나와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도 있었다.

콘테스트가 시작되자 전 세계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비키니 수영복 차림 사진을 정성껏 찍어 올린 직업모델도 있었지만, 부엌 냉장고 앞에서 직접 찍은 ‘셀프 카메라’ 사진을 올린 시골 아주머니도 있었다. 포르투갈에 살고 있는 숫양의 사진도 올라왔다. 참가자 수는 26일까지 3만명을 넘어섰다.

“우리가 생각하는 패션을 세상에 보여주는 대신 세상이 자신들의 참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콘테스트 진행을 맡은 베네통 파브리카팀의 앤디 캐머런씨는 25일(현지시간) CNN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캐머런은 “비쩍 마르고 전형적인 기존 모델을 원하지 않는다”며 “움직이고 노래하고 이야기하고 춤추는 모델을 찾고 싶고, 모델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싶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사진과 동영상에 댓글을 달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른 인터넷 사이트로 사진을 실어 나르고 있다. 26일까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이는 도미니카공화국의 14세 소녀 ‘사라 D’다. 사라 D는 자기소개를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영어로 썼다. 최상위권 12명 중엔 한국 남성도 2명 있다. 11위에 오른 데이빗이란 19세 한국 남성은 “패션업계에서 아시아 남자가 소수”라며 “아시아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네티즌 투표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100명을 선정해 200유로(약 35만원)의 베네통 상품권을 지급하고 이 중 20명을 최종 우승자로 선정, 뉴욕에 초청해 세계적인 패션사진가 조쉬 올린스와 베네통 광고를 촬영하게 된다. 콘테스트는 다음달 16일까지다.

CNN은 “지금까지 구경꾼에 불과했던 이들이 온라인 콘테스트에 직접 참여하면서 일종의 ‘증강현실(현실과 온라인이 결합된 새로운 가상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탯줄이 붙어 있는 신생아 사진을 광고에 쓰는 등 도발적인 시도를 해온 베네통이 또 한 발짝 앞서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