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그들은 증오의 땅에서 기적을 일궜다… 영화 ‘인빅터스’

입력 2010-02-26 18:12


27년을 복역하고 1990년 출소한 넬슨 만델라(모건 프리먼)는 1994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하지만 오랜 흑백인종차별 정책(아파르트헤이트)로 깊어진 인종 간 갈등과 증오는 사라지지 않는다. 만델라는 95년 남아공에서 열리는 럭비 월드컵을 통해 인종 통합의 계기를 마련하기로 결심한다. 당시 흑인들은 백인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럭비팀 ‘스프링복스’를 경멸했고,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자 팀을 해산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만델라는 당시 ‘스프링복스’팀의 주장 프랑소와 피나르(맷 데이먼)을 만난다. 만델라는 피나르에게 국가의 통합을 위해 꼭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해달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그렇게 기적은 일어난다. 최약체로 분류됐던 남아공 럭비팀은 그 해 월드컵에서 우승을 일궈낸다. 그 우승은 경기의 승리를 뛰어넘어 흑백이 하나가 된 남아공의 진정한 시작이었다.

영화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는 이 럭비 월드컵과 관련된 실화를 그린 영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만델라를 ‘마디바’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환호를 보내는 흑인과 만델라를 경시하는 백인, 그들 간에 벌어진 빈부의 격차 등 흑백 갈등이 만연한 남아공 사회를 세밀히 카메라에 담는다.

럭비 월드컵이 시작될 때까지 영화는 특별한 드라마없이 잔잔하게 진행된다. 만델라와 피나르가 ‘하나의 팀, 하나의 나라’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피나르가 만델라를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존경하게 되는 과정, 만델라가 흑인들의 럭비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등이 찬찬히 그려진다. 온갖 풍파를 이겨내고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만델라의 온화한 인격과 통합을 향한 굳건한 리더십 등 그의 인간적인 면모도 세심하게 그려낸다.

초중반부는 약간 지루한 감이 없지 않지만, 럭비 월드컵 경기의 결승 장면은 감동적이다.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우승을 위해 노력하는 장면과 경기를 통해 흑인과 백인이 하나가 되는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특히 실제 선수들이 대거 출연, 경기장면은 진짜 경기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박진감이 넘친다.

영화제목인 ‘인빅터스’는 ‘굴복하지 않는 정복되지 않는’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영화를 관통하는 굳은 신념과 도전, 불굴의 의지를 대변하는 말이다.

감독의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연출력, 기적적인 실화 등 많은 장점을 가진 영화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가진 힘은 모건 프리먼과 맷 데이먼 두 명배우가 뿜어내는 중량감이다. 모건 프리먼은 이 작품으로 이미 2009년 미국 비평가협회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맷 데이먼은 2010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