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비틀기… 신데렐라 언니의 속사정은?
입력 2010-02-26 18:09
“잘 알려진 이야기로 홍보효과… 가치·의미 재해석의 묘미”
드라마가 고전을 비틀기 시작했다. ‘홍길동전’ ‘장화홍련’ 등 고전을 그대로 브라운관에 옮겨놓던 기존의 추세와 다르다. 고전의 기본 뼈대는 그대로 차용하되 줄거리에 반전을 꾀해 새로운 콘텐츠를 내놓는다.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작품은 다음달 31일 KBS 2TV에서 방영될 ‘신데렐라 언니’다. 신데렐라가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계모와 언니들의 구박을 받으면서 언니에게 복수를 꾀한다는 내용이지만 주요 시선은 신데렐라가 아니라 그의 언니에 머문다. 문근영 서우 천정명 주연으로 착하고 순수한 이미지의 문근영이 악역인 언니 역할을 맡아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신데렐라를 괴롭힌 언니의 속내와 사연이 자세하게 드러나면서 반전이 일어난다.
KBS 2TV에서 8월 방영 예정인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가제)’는 구미호 전설에 기반한다. 고대 동아시아 전설에 나오는 황금빛 9개 꼬리를 가진 구미호에 대한 전설은 중국 일본 한국 등에서 폭넓게 변주되며 사랑을 받았다. 기본 줄기는 여우가 미녀로 변신해 남자를 홀린다는 설정이다. 드라마도 비슷한 설정에서 출발한다. 철없고 어리숙한 액션배우 지망생이 여자로 변한 구미호와 동거하며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반전은 남자 주인공이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구미호에게 간을 뺏기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점에 있다. 구미호와 남자의 사랑을 코믹한 터치로 재해석한다. 순정 만화 판타지를 완성한 ‘미남이시네’의 본팩토리가 제작하고 홍정은 홍미란 자매가 극본을 맡았다.
지난 12일 슈퍼액션에서 방영된 ‘패러디안 나이트-사또전’은 춘향전을 통쾌하게 뒤집었다. ‘춘향전’의 초반 설정에서 출발하지만 전개는 정반대다. 춘향은 미모를 무기로 신분 상승을 꿈꾸는 속물로, 사또는 춘향의 유혹에 넘어간 기러기 아빠로 분한다. 남자 주인공 몽룡은 주변 캐릭터로 밀려난다. 몽룡이 과거 급제를 위해 춘향을 떠나있는 사이, 춘향은 사또를 유혹하고 유부남인 사또는 춘향을 떼어내려는 코믹 사극이다.
드라마가 고전을 차용할 때의 이점은 홍보효과다. 익히 알려져 있는 이야기는 대중에게 어려움 없이 전달되며, 호기심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또한 신데렐라, 구미호, 춘향 등 틀이 잡혀 있는 캐릭터에 기인해 이야기를 시작하므로 드라마 초반에 캐릭터 설명에 투입될 시간과 노력을 아끼는 장점도 있다.
여기에 고전을 패러디할 때 반전이 생기면서 재미가 발생한다. 기존 설정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면서 ‘반전의 묘미’를 맛보는 것이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과 교수는 “익히 알려진 고전을 비틀어서 발상의 전환을 꾀하는 게 매력적이다. 또한 고전이 갖고 있는 미덕, 가치에 대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가치를 전복시키는 것도 묘미”라며 “원전의 이미지만 차용하는 데서 끝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