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돕기-전남 완도군청 공무원들] 80여명 자발참여 17년째 봉사
입력 2010-02-26 17:50
전남 완도군 공무원들은 15년째 묵묵히 소년소녀가장 돕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자치단체장이나 담당 부서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군수과 과장, 계장 등 간부 80여명이 소년소녀가장과의 자매결연에 참여하고 있다. 담당부서인 사회복지과는 채영복(59) 과장과 4명의 계장이 모두 동참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매월 일정액을 후원하거나 소년소녀가장이 필요로 하는 학용품 등을 구입해 전달하고 있다. 군내 소년소녀가장은 2007년 115명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는 80명으로 줄어들었다.
완도군 공무원들이 소년소녀가장 돕기 운동을 시작한 것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직원이 “정신적 경제적으로 힘든 역경에도 불구하고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소년소녀가장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운동을 펴자”고 제안한 뒤 군 특수시책으로 채택해 지금까지 변함없이 실천해오고 있다.
이 운동에 처음부터 참여한 이명복(55) 군의회 사무과장은 “아이들이 잘 자라 지역사회의 참 일꾼이 되도록 계속 후원하겠지만 작은 봉사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부끄럽다”며 “어려운 처지에서도 열심히 생활하는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적으나마 정기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단순한 후원에 그치지 않고 매년 말 만남의 시간도 갖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군 공무원들은 12월 29일 군 종합복지회관으로 소년소녀가장들을 초청, 준비한 선물 등을 전달하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고교생과 결연한 김종식 군수는 “사랑스러운 아동들과의 소중한 만남을 가슴 속에 간직하면서 평생 고마운 사람으로 남을 수 있도록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다”며 “현실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고 항상 꿈을 품고 열심히 노력해 달라”고 소년소녀가장들을 격려했다.
결연 공무원들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상담을 벌이며 밝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 17일 완도군 공무원 3명은 이태용(가명·11·초등 5년)군의 집을 찾아갔다.
소년가장 이군은 “공무원 아저씨로부터 ‘결코 외롭지 않다’는 마음의 위안과 함께 실제 생활에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며 “열심히 공부해 어른이 되면 도움을 받은 것 이상으로 남을 도우며 살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관이 꿈인 이군은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64)와 남녀 동생 4명과 함께 10㎡짜리 작은 방 한 칸에서 서로 부대끼며 생활하지만 학교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할 정도로 열심히 살고 있다.
완도=글·사진 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