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혁 과제 떠맡은 MBC 새 사장
입력 2010-02-26 17:40
MBC 주주총회가 26일 김재철 청주MBC 사장을 새 MBC 사장으로 선임했다. 김 사장은 지난 8일 사퇴한 엄기영 전 사장의 임기인 내년 2월까지 MBC를 이끈다. 1년짜리 사장이지만 떠맡은 짐은 어느 누구보다 무겁다. 종합편성채널의 등장과 미디어렙(방송광고대행사) 체제 등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고, 방만한 조직과 인력을 정비해 경영을 효율화하며, 보도의 공정성과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삼중의 과제가 김 사장 앞에 놓여 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 중 야당 추천 이사 3명이 표결에 불참한 데서 보듯 이번도 YTN이나 KBS의 경우처럼 정치성 투쟁의 소재가 될 게 뻔하다. MBC 노조는 당장 비상총회를 열었고 좌파 시민단체들은 MBC 사옥 앞에서 촛불을 들고 김 사장 취임에 반대하고 있다. 출근저지 투쟁에 들어간 것은 물론이고 미리 조합원 투표로 총파업을 결의해 놓고 있다. KBS에서 늘 보아온 사장 길들이기 차원을 넘는 과격한 저항이 예상된다.
김 사장의 능력은 미지수다. 그는 2008년 사장에 응모했다가 엄 전 사장에게 밀려 떨어졌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같은 고려대 출신으로 정치부 기자 때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 사장은 정치적 편향을 우려하는 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 방송은 공정성과 독립성이 최우선 가치가 되어야 한다. 광우병 왜곡 보도를 낳은 현재의 편향을 대신해 정권을 위해 나팔을 부는 새로운 편향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MBC 개혁의 최대 과제는 노조가 좌지우지하고 있는 노영(勞營) 방송을 진정한 공영(公營)방송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PD수첩의 광우병 왜곡 보도며 아이티 지진 구조대 조작 보도 등 상습적이 된 불공정 보도 체질을 바로잡아야 한다. 최근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드라마 제작 관련 비리 의혹도 재발돼서는 안 될 일이다. 방만한 자회사와 지방 MBC를 구조조정하는 데도 노조 저항이 예상된다. 손대야 할 곳이 너무 많다. 김 사장은 짧은 임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MBC의 환골탈태를 위해 과감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