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조상의 슬기로 원기보충 해볼까… 상원절식 만들기

입력 2010-02-26 17:57


보름달 둥근달 동산 위로 떠올라/어둡던 마을이 대낮처럼 환해요

보름달 가운데서도 가장 크고 둥글고 밝다는 정월 대보름달이 28일 저녁 뜬다. 음력 1월 15일인 정월대보름에는 ‘상원절식(上元節食)’이라 해 오곡밥과 묵은 나물(진채식)을 먹고, 부럼을 까먹었다. 오곡밥에 들어가는 재료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찹쌀 멥쌀 팥 차조 검정콩을 썼다. 묵은 나물은 호박고지, 박고지, 말린 가지, 무시래기, 고사리, 고비, 도라지, 취나물, 고구마순 등 최소 9가지 채소를 여름이나 가을철에 잘 말려두었다 기름에 볶아서 먹었다. 또 잣 밤 호두 은행 땅콩 등 견과류를 까먹었다.

농촌진흥청 전통한식과장 김행란씨는 “일반적으로 성인 1인당 오곡밥 섭취량은 240㎖로 쌀밥 한 공기(250㎖)보다 조금 적게 먹게 돼, 쌀밥보다 열량은 1/5 적게, 칼슘과 철은 2.5배 많이 섭취할 수 있고, 쌀에 부족하기 쉬운 각종 성분들이 많이 들어 있어 생활습관병 및 비만예방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묵은 나물은 겨우내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해 원기를 북돋아 줌으로써 그 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오곡밥을 보통 밥처럼 물을 잡았다가는 죽처럼 돼 낭패 보기 십상이다. 세종호텔 한식뷔페 ‘은하수’ 총주방장 박초로씨는 “오곡밥은 잡곡을 섞지 않고 성질에 따라 불리거나 삶아 따로 준비해 무쇠솥에 짓는 것이 맛있다”면서 “요즘은 무쇠솥을 쓰는 가정은 없으므로 바닥이 두꺼운 냄비를 이용해보라”고 말했다. 팥은 딱딱하니 미리 삶아 놓아야 하고 콩도 불려 놓아야 한다. 박씨는 “팥 삶은 물은 버리지 말고 밥을 지을 때 밥물로 사용하면 붉은색이 고운 밥을 지을 수 있다”면서 “곡식을 불렸으므로 밥물은 멥쌀만 지을 때보다 10%쯤 덜 잡아야 하고, 소금간을 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박씨는 “나물은 하얀 나물은 소금, 불고기 양념을 해 고기 맛을 내는 고사리는 양조간장으로 하고 나머지 색깔이 있는 나물은 조선간장으로 간을 해 참기름에 볶아야 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오곡밥과 함께 9가지 이상의 나물을 먹어야 한다지만 손이 많이 가므로 나물은 3가지만 준비해보자. 박씨의 도움말로 오곡밥과 나물 조리법을 알아본다.

오곡밥 짓기

<재료> 멥쌀 4컵, 찹쌀 1컵, 검은 콩·차조·팥 ½컵씩, 밤 15개, 은행 20개, 소금 1큰술, 물 6∼7컵

<만드는 방법> ① 멥쌀과 찹쌀을 깨끗하게 씻어서 물에 1시간 이상 불려 둔다. ② 팥은 깨끗이 씻어서 물을 충분하게 넣고 팥이 터지지 않을 정도로 끓인다. 물이 줄어들면 눌지 않도록 조금씩 물을 보충해준다. ③ 밤 콩과 차조도 깨끗이 씻어서 물에 불려 준비 해둔다. 은행도 껍집을 까서 준비해둔다. ④ 팥 삶은 물에 소금을 넣어 밥할 물을 만든다. ⑤ 솥에 차조만 빼고 넣어 섞은 다음 ④의 물을 넣고 밥을 짓는다. ⑥ 물이 끓어오르면 중불로 줄이고 차조를 넣고 한번 섞은 다음 뜸을 들여 밥을 짓는다.

나물 만들기

◇도라지나물=<재료> 도라지 300g, 소금 1큰술, 물 3큰술, 깨소금·참기름 ½큰술씩, 도라지 양념(소금·다진파 1큰술, 다진마늘 ½큰술, 다진생강 ¼작은술)

<만드는 방법>① 통도라지를 씻어서 먹기 쉽게 길이대로 가늘게 갈라, 소금을 넣고 박박 주물러서 쓴맛을 빼고 부드럽게 해 물에 헹궈서 물기를 뺀다. ② 파 마늘은 곱게 다지고 분량의 양념을 고루 섞은 뒤 도라지를 넣어 고루 무친다. ③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념한 도라지를 넣어 볶다가 물 3큰술을 넣고 고루 섞어 뚜껑을 덮고 약한 불로 익힌다. ④ 국물이 조금 남았을 때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고루 섞어 그릇에 담는다.

◇고사리나물=<재료> 말린고사리 300g, 참기름 1큰술, 물 4큰술, 깨소금 ½큰술, 실고추 약간, 양념(간장 3큰술, 설탕 ½큰술, 다진파 2큰술, 다진마늘·깨소금·참기름 1큰술씩, 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방법>① 말린 고사리는 하룻밤 물에 불렸다가 연해질 때까지 충분히 삶아서 그대로 식힌다. ② 억세고 단단한 줄기는 잘라 내고 5cm 길이로 잘라 놓는다. 실고추는 3cm 길이로 자른다. ③ 분량의 양념을 넣고 고루 섞어 양념장을 만들어 고사리를 조물조물 무친다. ④ 달군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고사리를 볶다가 뚜껑을 덮어 약한 불로 익힌다. ⑤ 국물이 조금 남았을 때 실고추와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고루 섞는다.

◇취나물=<재료> 건취불린것 300g, 청장·다진파·참기름 1큰술씩, 다진마늘 ½큰술, 깨소금½큰술, 실고추 약간

<만드는 방법>① 말린 취나물은 하룻밤 물에 불렸다가 연해질 때까지 충분히 삶아서 그대로 식힌다. ② 억세고 단단한 줄기는 잘라내고 5cm길이로 잘라 놓는다. 실고추는 3cm 길이로 자른다. ③ 청장 파 마늘 참기름을 넣고 고루 섞은 뒤 취나물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④ 달군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취나물을 볶다가 물을 붓고 뚜껑을 덮어 약한 불로 익힌다. ⑤ 국물이 조금 남았을 때 실고추와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고루 섞는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