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마니’ 수석 재단사가 말하는 맞춤양복… “기성복과는 차원이 다르죠”

입력 2010-02-26 17:55


“챠오!”

지난 22,23일 서울 청담동 조르지오 아르마니 매장 지하 1층에는 이탈리아어가 간간히 들려 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르마니 이탈리아 본사 수석 재단사 쥬세페 바실리. 서울의 특별한 고객을 위해 21일 입국했다. 그는 일년에 2번씩 세계 각국을 돌며 아르마니 맞춤 양복을 입고 싶어 하는 이들의 치수를 잰다.

바실리는 “맞춤양복과 기성양복은 완전히 다르다”면서 자신이 입고 있는 양복 안주머니 위쪽을 가리켰다. Guiseppe Basile라고 수가 놓여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 있는 맞춤양복은 입는 사람의 체형과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하기 때문에 기성복과는 버튼부터 포켓 허리선의 위치, 깃의 너비, 재킷의 품 등 모든 것이 다릅니다.”

그는 “맞춤양복은 기성복과는 구조 자체가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실리는 한국 남성들은 소매와 바지를 길게 입고 품도 넉넉한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는 전통복식의 영향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단골을 묻자 ‘노코멘트’라며 도리질을 했다. 고객 정보는 절대 비밀이란다.

수트를 비롯해 코트 셔츠 타이 등을 맞출 수 있는데, 사전예약을 해야 하고, 치수를 잰 이후 셔츠는 1개월, 수트는 6∼8주를 기다려야 한다. 가격도 기성복보다 20%가량 비싸다. 아르마니의 경우 셔츠는 75만∼95만원, 수트는 450만∼650만원이다. 그럼에도 맞춤양복을 찾는 이들이 꽤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수입 판매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널 이영철 주임은 “맞춤복은 몸에 딱 맞아 옷태가 나면서도 편하기 때문에 한번 입은 사람은 단골이 된다”며 “30∼50대 CEO들이 주고객”이라고 밝혔다. 이 주임은 아르마니의 맞춤복은 기존 패턴에 고객의 체형과 취향을 더하는 ‘수미주라(SU MISURA)’로 엄격히 말하면 반맞춤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을 위해 패턴까지 새로 만드는 완전맞춤은 ‘비스포크(bespoke)’라고 한다.



맞춤양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수재기. 양쪽의 어깨넓이, 등길이, 팔길이를 비롯, 양쪽 팔과 다리의 굵기 차이까지 몸의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측정한 뒤 원단의 종류와 색상을 비롯해 단추 수나 재킷 트임의 종류 디자인과 각종 부자재를 선택하게 된다.



현재 기성복 브랜드에서 맞춤복을 하는 곳은 아르마니를 비롯해 브리오니 키톤 까날리 제냐 에르메스 등 수입브랜드와 LG패션의 마에스트로, 제일모직의 갤럭시 등 국내 일부 브랜드다.

브리오니는 고객의 골격과 근육의 발달 정도, 밸런스 등 해부학적인 관찰 분석을 통해 패턴을 제작하는 완전맞춤을 하고 있다. 특히 고객의 집에 직접 찾아가 수선한 부분, 불편한 점등을 일일이 점검해주는 ‘수트 왕진 가방’이라는 특별서비스를 하고 있다. 에르메스는 셔츠맞춤만 가능하고, 제일모직은 빅& 스몰 사이즈에 한해서 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는 기성복에 비해 10%쯤 비싸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