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산율 대책, 번지수를 알아야지

입력 2010-02-25 19:13

가임 여성의 예상 출산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1.15명으로 2년 연속 줄어들었다. 합계출산율은 2005년 1.08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한 뒤 2006년 1.12명, 2007년 1.25명으로 미미하나마 오름세를 보였으나 2008년 1.19명으로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래저래 세계 최저 수준이다.

문제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저출산 5개년 기본계획을 마련, 2006∼2009년 13조780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음에도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2006∼2007년의 반짝 회복세는 2006년 쌍춘년에 결혼, 2007년 황금돼지해에 애를 낳으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에 따른 일시적인 것이었다.

그간의 저출산대책은 사실상 헛돈만 퍼부은 꼴이 됐다. 지난해만 해도 4조8000억원을 들였지만 신생아수는 2008년보다 2만1000명이나 줄었다. 저출산 기본계획에 따라 올해도 약 6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나 사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불황까지 겹치면서 혼인시기가 늦어지는 등 출산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을 재점검해봐야 한다. 저출산의 원인은 독신을 고집하는 비혼(非婚)과 혼기를 늦추는 만혼(晩婚) 추세를 비롯, 청년층 실업 및 불완전취업으로 인한 결혼 회피, 한 자녀 고수 현상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직접 원인은 출산 기피다. 결국 핵심은 결혼 및 출산 기피의 원인을 찾아내 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결혼 기피는 경제 활성화와 쓸만한 일자리 공급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출산 기피에 대해선 좀더 치밀한 대책이 요청된다. 현재 추진 중인 다자녀에 대한 세제혜택, 무상보육 및 불임부부 지원 등은 물론 더욱 확대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정도로는 출산 유인이 그리 크지 않다.

출산과 양육을 위해 포기할 수밖에 없는 기회비용을 줄여주는 범사회적 노력이 아쉽다. 날로 늘어나는 사교육비, 일과 가정의 균형을 무시하는 경직적이고 일방적인 기업현실, 가부장적 사회분위기 등이 출산 친화적으로 전면 시정돼야 한다. 국가와 사회를 믿고 누구든 아무 걱정 없이 출산을 꿈꿀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정비되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 해결은 요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