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정보 공개 파장… 활용도 따라 ‘양날의 칼’

입력 2010-02-25 18:58

“지역·학교별 서열화”

“경쟁으로 학력 향상”


대법원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공개하라고 잇따라 판결함에 따라 수능성적 정보 공개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특히 대법원이 25일 내린 판결은 지난 11일 판결과 달리 학교별 데이터를 포함한 수능 원데이터를 정보공개 대상으로 명시해 학교·지역별 학력차가 고스란히 드러나게 됐다. 학교·지역별 수능 성적이 공개된다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가 자신이나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전체 학교 중에서 얼마나 수능성적이 높은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수능 정보 공개는 그 활용도에 따라 양날의 칼을 가지고 있다. 지역·학교의 서열화로 무한 경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과 건전한 경쟁으로 학생들의 학력 향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그동안 수능성적 공개에 대해 철저히 비공개 원칙을 지켜왔다. 교과부는 재판과정에서 학교간 서열화 가속화, 수능 위주의 교육과정 편중, 사교육 의존도 심화, 선호학교와 기피학교간 양극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이유로 비공개 주장을 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교과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간 학력격차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 사교육 의존도가 심화돼 있는 현실에서 수능 정보 공개가 현실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수능 정보 공개가 학부모들의 자녀 학교 선택을 돕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정보 공개로 얻는 이익이 비공개로 인한 이익보다 크다고 말했다.

수능 정보가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공개되면 지역·학교별 학력 수준과 차이가 드러나고 서열화가 이뤄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수능성적별로 전국의 고등학교를 1등부터 꼴찌까지 순위를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이 이를 두고 전국 고교를 서열화해 고교등급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수능 점수 일부가 이미 공개돼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의 우수대학 진학률이 높은 상황에서 특목고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부터 고교선택제가 실시된 상황에서 수능성적이 낮은 학교는 기피학교가 돼 1·2·3류 고교가 나타날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반면 학교간 건전한 경쟁을 통해 공교육이 살아나고, 학생·교사들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존하는 지역·학교별 격차를 애써 외면하려는 평준화의 폐단이 없어지고 실제 학교별 격차가 드러나야만 학생들의 학력 향상과 공교육 질을 높이는 정확한 처방이 나온다는 논리다.

교과부 관계자는 “정확한 자료로 이뤄진 연구를 통해 더욱 정확한 데이터가 나와 학교와 학생들의 학력 신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뒤처지는 학교에 대해선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해 학력 수준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