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남양군도에 5800여명 강제징용 첫 확인
입력 2010-02-25 18:59
일제가 5800여명의 한국인을 사이판 등 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일대 섬에서 전쟁에 강제 동원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3년간 조사한 결과 1939∼1941년 일제가 남양군도에 한인 5800여명을 전시 노동자로 강제 동원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25일 밝혔다.
남양군도는 1914년부터 1945년 8월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일본이 지배하던 미크로네시아 일대 섬들이다. 일본은 이 지역을 전초기지로 삼아 미국과 전투를 벌였다.
위원회 조사 결과 1938년 남양군도 거주 한인은 전체 인구의 1%인 704명에 불과했으나 1941년 전체 인구 증가분의 42%를 기록하면서 5800여명으로 늘었다. 일제가 전쟁에 필요한 군인과 노동자를 끌어모으려고 1938년 총동원령을 내린 뒤 한인 징용자가 급증한 탓이다.
위원회는 전쟁이 고조된 1942∼1945년 더 많은 한인이 남양군도로 이주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정확한 수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 시기 남양군도 강제 동원에 대한 실태 연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남양군도 한인은 군사시설을 짓거나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데 투입되다 1941년 전쟁이 터지면서 총알받이로 내몰렸다. 일본군은 이들에게 화약을 머리에 이고 미군 전차가 다가오면 함께 자폭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전쟁 당시 남양군도 한인 가운데 약 60%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살아남은 징용자는 대부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숨졌다. 생존자는 국내에 살고 있는 50여명에 불과하다.
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