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만m 실격 크라머 단독 인터뷰… “3주후 국제대회서 이승훈과 재대결하고 싶다”
입력 2010-02-25 22:02
코스 이탈로 이승훈(22·한국체대)에게 남자 1만m 금메달을 내준 스벤 크라머(24·네덜란드·사진)가 “3주 뒤 이승훈과의 재대결을 원한다”고 말했다.
크라머는 25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리치먼드 소재 쉐라톤 밴쿠버 에어포트 호텔에서 본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다음달 19일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리는 2010 월드올어라운드챔피언십에서 이승훈과 한번 더 경쟁하고 싶다. 이승훈과 내가 1만m 종목에서 겨룬 것은 어제(24일)가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크라머는 기자에게 “이승훈이 3주 뒤 대회에 출전하느냐”고 물었다. 곧바로 기자가 김관규 대표팀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이승훈의 출전 여부를 물어본 뒤 “아마 출전할 것 같다”고 하자 크라머는 “오케이(OK)”라고 했다. 1893년 시작돼 100년 넘는 역사를 보유한 이 대회에는 세계 각국의 장거리 전문 선수들만 출전한다. 크라머는 2007년, 2008년, 2009년 이 대회 챔피언이다.
크라머는 눈앞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을 굳이 내색하진 않았다. 그러나 훼손된 명예를 3주 뒤 대회에서 회복하고 싶어했다.
크라머가 지난 24일 1만m 경기를 앞두고 금, 은, 동메달 판도를 어떻게 예상했는지 궁금해졌다. 크라머는 “열흘 전쯤 5000m에서 이승훈이 스케이팅하는 걸 봤는데 상당히 부드러웠다. 나는 1만m에서 이승훈이 은메달, 밥 데용(네덜란드)이 동메달을 딸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승훈은 지난 14일 5000m에서 2.35초 뒤진 기록으로 크라머(금메달)에 이어 은메달을 땄다.
크라머는 이승훈에 대한 평가를 묻자 “이승훈은 두 가지가 좋은 선수다. 하나는 코너웍이고, 다른 하나는 적극적인(positive) 레이스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승훈은 레이스 도중에도 힘이 빠지거나 스피드를 못 낼까 두려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에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크라머는 이승훈이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것과 지금까지 1만m에 이번 밴쿠버 대회를 포함해 총 세 차례밖에 출전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은 “크라머가 승훈이를 경쟁자로 인정한다는 얘기여서 우리로선 기분이 좋다. 승훈이의 최종 출전 여부는 이번 올림픽이 끝나야 확정되지만 크라머와 제대로 한번 다시 승부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크라머는 인터뷰 장소에 검은색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크라머는 현재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인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과 가까운 다른 호텔에 묵고 있다. 인터뷰는 기자가 이곳 밴쿠버에서 알게 된 한 네덜란드 기자가 주선했다.
크라머는 인터뷰를 끝내고 헤어지면서 약간 입을 삐쭉거리며 “어쨌든 미스터 리(이승훈)에게 축하한다고 전해 달라”고 했다. 이승훈과 크라머의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밴쿠버=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