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2년 국무회의 안건 분석] “색다른 정책분석 신선… 정부에 채찍·격려 될것”

입력 2010-02-25 21:59


국민일보-서강대 현대정치硏, 2년간 閣議 안건 분석

5회 : 전문가 좌담(끝)

좌담회 참석자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

윤종빈 명지대 정외과 교수(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객원 연구위원)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국민일보는 이명박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지난 22일부터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 2년 동안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498개 안건을 대상으로 이명박 정부의 정책 성향을 분석했다. 이번 공동 기획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지난 2년간 정책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뒀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이번 공동 기획 연구에 참여한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윤종빈 명지대 정외과 교수(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객원연구위원)가 24일 본보 회의실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신종수 정치부장

<공동 기획에 대한 평가>

△윤 교수=이번 작업은 그동안 수행되지 않았던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106회의 국무회의 안건 2498건이라는 자료를 분석한 방대한 작업이었다.

△박 수석=우리 정치는 선거전략이나 당내 역학구도 등 지나치게 인물과 권력 배분에 치우친 논의가 이뤄지고 그런 내용들이 언론에 보도돼 왔다. 개인적으로 정책에 관한 실증적 분석과 공론이 간과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해왔다. 이번 작업은 그런 의미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 앞으로 이런 작업이 활발히 전개돼 의미 있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생산적인 제언이 나와 정부 입장에 대해 때로는 격려 받고, 때로는 반성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이 교수=이번 자료를 얻기 위해 국민일보에서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까지 했다. 정부의 정체성을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를 보다 쉽게 구할 수 있다면 이런 연구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박 수석=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불가피한 사안이 아니라면 국무회의에서 논의됐던 자료는 학계와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성향 분석>

△윤 교수=이번 공동 기획은 현 정부가 집권 초기보다 정책적인 면에서 중도화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청와대 내부의 평가가 궁금하다.

△박 수석=현 정부는 전임 정부와 정책 기조가 다르다. 이번 시리즈에서 나왔듯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같은 다양한 규제 개혁, ‘작은 정부’, 특화와 상생의 지역 발전, 자율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교육 개혁, 노사관계 선진화 등에서 지난 정부와 차별되는 색깔을 드러냈다. 그러다가 2008년 하반기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금융 부문에서는 규제 완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흐름이 대두됐다. 또 위기로 인해 가장 고통 받는 서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보호와 관여가 절실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추세였다. 따라서 이번 분석 결과는 경제위기에 대응한 정책들이 집권 초기의 보수 성향을 누그러뜨린 데 따른 자연스러운 귀결로 받아들인다.

△전 교수=정책의 성격도 중요하지만 정책을 어떻게 운용하느냐도 중요한 부분이다. 정책의 특수한 사례를 끄집어내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통해 지난 2년을 분석해볼 필요성도 있다.

△박 수석=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진보정책과 보수정책을 무 자르듯 구분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기업적이라고 알려졌는데, 기업에는 대기업도 있고 중소기업도 있다. 또 기업은 경영자·주주뿐만 아니라 근로자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껏 중소기업과 근로자 지원에 역점을 두어 왔다.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간 정책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궁극적으로는 협력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과 근로자까지 그 혜택이 골고루 미친다. 친기업은 곧 친일자리와 같은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운용 평가>

△박 수석=현 정부는 정책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해 왔다. 위기 상황에서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단기 처방도 했다. 희망근로 프로젝트(저소득층 생계 지원을 위해 한시적인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어 급여를 주는 것)나 청년인턴 제도가 대표적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 먹을거리 창출을 위해 녹색기술 개발, 기초과학과 신성장동력 육성, 새만금 종합개발, 4대강 살리기 등을 준비해 왔다. 이 두 측면이 적절한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 교수=현 정부가 경제에 많이 치중하면서 정치 분야에 불만이 제기됐다. 이전 정부는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등으로 이름을 달면서 정체성을 밝혔는데, 현 정부는 대통령의 이름을 딴 이명박 정부다. 어떤 지향점을 가진, 무슨 정부로 정의내리고 있는가.

△박 수석=일각에서는 실용정부라고 하기도 하지만, 하나의 개념으로 도식화하기 어렵다. 선진국에서도 정부 이름을 거창하게 붙이지 않는다. 현 정부의 지향점은 국정지표에 잘 나타나 있다. 선진 일류국가를 목표로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를 지향하고 있다. 건국 60주년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향후 60년의 비전으로 녹색성장을 제시했고, 경제위기 때는 비상경제 정부로 전환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더 큰 대한민국’을 천명했다. 이렇게 선진 일류국가라는 비전 아래 여건에 따라 국정 키워드가 진화해 왔다.

△이 교수=이 대통령은 ‘단임제이기 때문에 나는 다음 선거와 상관없이 일할 수 있다’는 말을 해왔다. 그런데 민주주의라는 것은 다음 선거가 있어서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위해 노력하는 체제다. 대통령은 정치를 효율성의 반대라든지, 걸림돌로 생각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전 교수=현 정부 2년 동안 촛불시위, 글로벌 금융위기, 4대강 문제, 세종시 문제 등 큰 일들이 있었다. 이 네 가지 가운데 금융위기를 제외하고는 절차를 중시하고 동의를 구하는 정치 마인드가 아니라 효율성과 목표 달성에 치중된 경영 마인드를 갖고 정치를 하는 이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박 수석=경영 마인드가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권력투쟁이나 포퓰리즘과는 거리를 두고 오직 국리민복과 백년대계를 위해 세계를 무대로 뛸 수 있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우리가 올림픽과 같은 이벤트를 유치한 적은 있지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처럼 새로운 세계질서 형성을 주도해 나가는 회의를 열어본 적은 없다. 국운 상승의 절호의 기회를 맞은 만큼 리더십과 함께 선진국처럼 펠로십도 갖춰나가야 한다.

<향후 국정운영 방향>

△박 수석=일자리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일자리 지키기’ ‘일자리 나누기’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단기적 처방만으로는 ‘성장 없는 고용’ 문제에 부닥치기 때문에 이제는 ‘일자리 더하기’ ‘일자리 만들기’로 가야 한다. 최고의 복지가 일자리다. G20 정상회의도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 꼭 필요한 회의이고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아야만 주요 8개국 체제(G8)로 되돌아가자는 주장을 뿌리칠 수 있다. 부패 척결, 교육 개혁, 공공기관과 노사관계 선진화, 법질서 확립 등 선진국 진입을 위한 체질 개선과 구조 개혁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 교수=사회 복지 같은 문제가 고령화 사회로 가면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경제가 어려울 때도 복지정책 등 반드시 해야 할 것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가는 것도 중요하다.

△윤 교수=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유연해지면 포용적인 리더십이 나타나게 되고 국정 운영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전 교수=학교에 대한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한다. 이번 졸업식 사건도 해프닝이 아니라 학생들 마음속에 끓고 있는 분노와 소외, 불안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까지 갔다는 증표로 볼 수 있다. 학교가 입시교육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에 중점을 두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박 교수=복지예산 비율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 정부는 열심히 일했고 성과도 상당히 거두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는 부분도 많고, 아직 갈 길이 멀다. 미흡한 점은 반성하면서 일로영일(一勞永逸)의 자세로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진력하겠다.

정리=하윤해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