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픽스 대출 아는만큼 챙긴다… 금리상승기, 3년이상 장기땐 ‘신규’보다 ‘잔액기준’ 유리
입력 2010-02-25 18:36
은행권의 새 대출기준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금리지수)가 첫 공시된 지 10일이 지났다.
시중은행들이 기존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대출보다 0.2% 포인트 안팎 금리를 낮춘 코픽스 연동 대출상품을 출시,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완화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은행마다 코픽스 대출 상품의 금리 산정 체계가 다르고 금리 변동주기와 대출 만기에 따라 금리도 천차만별이어서 내 몸에 맞는 대출상품을 고르기는 더 까다로워졌다.
◇코픽스 상품 금리 천차만별=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 신규취급액과 잔액 기준으로 각각 4종류의 코픽스 대출상품을, 외환은행은 코픽스 연동대출 1종을 출시했다. 만기를 제외한 동일한 기준으로 두 은행의 대출상품을 비교하면 우리은행의 코픽스 대출이 외환은행보다 최저금리 기준으로 0.31% 포인트 낮다.
하지만 대출만기를 10년으로 잡을 경우 얘기는 다르다. 10년 이상 상품에 대해 0.2% 포인트 금리를 낮춰주는 외환은행은 최저금리가 4.79%에서 4.59%로 낮아지지만 우리은행은 장기대출시 0.2% 포인트의 추가금리를 물려 4.48%에서 4.68%로 높아진다. 장기대출자는 외환은행을 이용할 때 0.09% 포인트의 이자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기업은행 코픽스 상품의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금리변동주기를 3개월로 했을 때 연 4.54∼5.34%다. 최고금리가 6% 안팎인 다른 시중은행보다 많이 낮다. 하지만 10년 만기일 경우 사정은 반대다. 기업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6개월 변동주기 10년 만기 상품의 금리는 연 5.29∼5.89%로 신한은행의 4.78∼5.58%보다 높다.
◇코픽스 상품 설계 은행원이 말하는 대출 팁=최근 신한은행은 각 지점 대출 담당자들에게 잔액 기준과 신규취급액 기준에 대해 자세히 상담하도록 업무 지침을 마련했다. 얼핏 보기에 신규취급액 기준의 코픽스 상품이 고객들에게 더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면 상황이 역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과거 추이를 보면 금리는 3년간 상승하고 2년간 하락하는 5년 변동주기를 보였다”면서 “올해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만큼 대출기간을 3년 이상으로 할 경우 잔액 기준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시장금리가 급격히 상승하고, 은행들이 예대비율을 100%로 맞추기 위해 고금리 예금 상품을 판매할 경우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빠르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올 연말까지 시중금리가 0.5∼0.75% 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예상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 잔액 기준보다 0.2% 포인트 정도 낮은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가 거꾸로 높아질 수 있다.
대출이 시급하지 않으면 잠시 기다리는 여유를 가져도 좋을 듯싶다. 뒤늦게 코픽스 상품을 출시하는 은행들의 금리 인하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이달 말까지, 국민은행은 다음달 2일 코픽스 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