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검사조직 확대… 금감원 떨떠름

입력 2010-02-25 18:40

한국은행이 금융회사 검사 관련 조직을 크게 확대했다.

금융감독원은 내심 불쾌한 표정이나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까 대놓고 반발하는 것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은은 금융안정분석국과 금융결제국의 정원을 10명과 3명씩 확대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25일 밝혔다. 금융안정분석국은 은행과 제2금융권의 건전성을 조사하고, 금융결제국은 금융회사 간 지급결제 업무를 검사하는 부서다. 한은은 이들 부서 내 비은행분석반, 비은행결제반, 결제연구반을 각각 팀으로 승격시켜 검사 인력을 대폭 늘렸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금융회사의 거시건전성 감독이 중요해졌고, 보험사의 지급결제 기능이 논의되는 등 지급결제 검사 업무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한은의 검사 조직 강화를 두고 과거 한은이 갖고 있던 은행감독원과 같은 기능을 복원하기 위한 기초를 다지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한은은 금감원이 올해 들어 착수한 KB금융지주 및 국민은행과 HSBC은행 등 두 번의 은행권 검사에 모두 공동검사권을 발동했다. 지난해 9월 한은과 금감원이 정보공유 및 공동검사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한은은 앞으로도 금감원의 정기검사 때 공동검사권을 발동할 계획이다.

또 은행권에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금감원 정기검사와 별도로 공동검사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은은 지난해 11월 ‘한은의 금융기관 검사 요구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지급결제제도의 안정적 운영·관리를 위해 점검이 필요하거나 금융위기 발생이 우려될 때, 그리고 자금 지원 등이 필요한 경우 금감원에 공동검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자칫 검사 과정에서 금감원과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검사권을 강화하는 한은의 행보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은행 경영을 간섭하는 ‘시어머니’ 한 명을 더 모시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연합회 등 금융 관련 협회 6곳이 한은의 검사권한 확대를 반대하는 성명을 배포하기도 했다.

황일송 김찬희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