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몸부림’ 쌍용차, 다시 벼랑 끝 위기

입력 2010-02-25 21:23


김규한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지난 22일 A4용지 4장의 편지를 대통령에게 썼다. 77일간의 파업을 딛고 지난해 말 법원으로부터 회생인가를 받아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회사가 또 멈춰설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25일 임직원 급여를 기본급의 50%밖에 주지 못했다. 상여금 지급은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개별소비세 납부도 연기했다. 투자비 집행도 미루며 허리띠를 조여 매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간 다음달을 넘기기가 힘들다.

쌍용차는 파업이 끝난 뒤 지난해 9월 이후 월 4500∼5500대씩 판매하고 있다. 지난 1월엔 4601대를 팔았다. 쌍용차가 유동성 위기를 겪기 전 월 7000∼8000대를 팔았던 것에 비하면 판매량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1000∼3000대에 비해선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국내외 판매량은 3만4900대로 2008년의 8만2400대에 비해 57.6% 줄었으나 올해는 해외 수출선적 주문량 증가와 하반기 신차 C200(프로젝트명) 출시 등에 힘입어 8만2000대를 팔겠다는 게 쌍용차의 목표다.

쌍용차는 파업 과정에서 7147명 직원 중 33%인 2385명을 내보내 인건비를 52%나 줄였다. 지난해 부평공장(280억원)과 포승공단(195억원) 등 유휴 부동산을 팔아 475억원을 마련했고, 올 들어서도 인천·동래 AS센터 등 비핵심 자산 3건을 매각해 200억원을 마련했다. 양산 및 서초 AS센터와 부품센터, 안성물류센터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도 자금사정이 안 좋은 것은 신차 C200 개발비용 때문이다. 쌍용차는 친환경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C200이 회생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오는 6월 양산을 목표로 C200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최근 산업은행에 10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 및 수출입금융한도를 2000만 달러로 늘려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자금난이 계속되면 정상적 공장 가동이 어렵고, 신차 C200 출시가 차질을 빚으면서 회생이 어렵다는 절박함에서다. 특히 회생계획안 인가에 반대했던 해외채권자들이 다시 회생절차를 폐지하고 청산절차를 요구할 수도 있다.

쌍용차 노조는 24∼25일 평택 인근 주요 도시 역 및 터미널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전단지를 나눠주며 쌍용차에 대한 정부 지원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산업은행을 방문, 노조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지난해 8월 긴급운영자금 1300억원을 지원했다며 추가지원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현재 인수·합병(M&A)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쌍용차에 대한 추가지원 여부는 M&A가 끝난 뒤 새 인수자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쌍용차는 국내외 3∼5개사와 매각을 협의하고 있으며 4월 초 입찰을 거쳐 6월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신차 개발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없고 법정관리 중인 회사가 돈을 달라 한다 해서 무작정 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쌍용차 노조는 “죽을 각오로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해 일하겠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