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실명으로 수능성적 공개된다… 대법 “학력격차 엄존 원데이터 공개” 판결
입력 2010-02-25 21:55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고교별 성적 분포 식별이 가능한 수능성적 원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이는 수능성적이 좋거나 나쁜 학교가 실명으로 공개된다는 의미로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25일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 등이 수능 원데이터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를 공개하라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2002∼2005학년도 수능성적 원데이터를 공개하도록 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나 2002∼2003학년도 학업성취도 평가자료 공개 부분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에 따라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는 다시 법정에서 다뤄지게 됐지만 수능 성적 원데이터는 전면 공개가 불가피해 학교 서열화 및 사교육 조장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학교 식별 정보를 포함한 수능시험 정보가 공개될 경우 학교 간 서열화가 이뤄지면서 사교육 의존도가 심화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학교 간 학력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고 이미 사교육 의존도가 심화된 현실에서 수능시험 정보를 공개해 현실 개선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보공개법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또 “수능시험 정보를 연구자 등에게 공개하면 학생 및 학부모도 학교 선택에 유용한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고, 다른 학교들도 차별화된 전략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을 유도해 효율적인 학교 모형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업성취도 자료에 대해선 “표본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공개되면 교육청과 학교가 평가에 협조하길 꺼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관련 절차에 따라 조만간 학교명이 포함된 수능성적 원데이터를 조 의원 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교과부는 특히 일반인이 연구 목적으로 수능 성적 자료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하더라도 이를 제공키로 했다. 다만 연구 목적과 자료 제공의 범위는 내부 회의를 거쳐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양성광 교과부 인재기획분석관은 “판결 취지를 존중해 일반인들이 동일한 내용을 요구하더라도 대법원 판결을 준용해 이를 제공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인천대 교수로 재직하던 2005년 우리나라 교육 실태를 연구한다는 이유로 수능 성적 원데이터(학교별 데이터 포함, 개인식별자료 제외)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 공개를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에 청구했다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남혁상 모규엽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