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만에 유골로 돌아오다… 6·25 전사자 양손호 일병 DNA 감식 거쳐 딸 품으로
입력 2010-02-25 18:16
“지난 60년간 아버지 없이 살면서 가슴에 묻어둔 한을 이제야 풀 수 있게 됐습니다.”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헤어진 아버지의 유골을 60년 만에 찾게 된 양순희(60·여)씨는 25일 “기억은 없지만 이제야 아버지라는 울타리를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양씨의 아버지 고 양손호(당시 27세)일병은 6·25가 발발한 지 3개월 뒤인 1950년 9월 입대해 51년 1월 중공군 3차 공세 때 경기 가평에서 전사했다. 중공군 196·197·198 사단은 집중 공격을 했으며 국군이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양 일병이 속해 있던 2사단 32연대는 중공군의 초기 공격에 주저항선이 무너지면서 철수해야 했으나 퇴로마저 차단되자 뿔뿔이 흩어졌고, 이 와중에 양 일병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7년 11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당시 사망한 장병들의 시신을 발굴했다. 양 일병의 경우 구두주걱, 반지, 전투화, 방탄헬멧 등이 함께 발굴됐으나 신원 확인이 어려웠다. 감식단은 유전자(DNA) 확인작업에 들어갔고 감식단에 등록된 1만3339명의 유전자 샘플을 일일이 대조하는 2년3개월의 긴 작업 끝에 유가족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난해 2월 아버지를 찾아달라며 샘플을 맡긴 양순희씨의 유전자와 일치했다. 감식단이 유전자 확인을 통해 유가족을 찾은 것은 2008년 3월 고 김태수 일병, 2009년 5월 고 김상희 일병에 이어 세 번째다.
고인의 유해는 대전국립현충원 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 양씨는 “시아버지도 6·25 전사자인데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