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범·이상화·이승훈 합동 기자회견 “금메달 실감나지 않아요”
입력 2010-02-25 22:00
어린 시절부터 함께 운동하면서 ‘절친’ 사이로 지내온 트리오가 한데 모였다.
‘한국체대 3인방’ 금메달리스트인 모태범과 이상화, 이승훈은 25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하얏트 리젠시호텔에 위치한 코리아하우스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빛나는 메달을 가슴에 주렁주렁 달고 나온 이들은 하나같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인터넷에선 금메달리스트에 대한 환호가 빗발치고 있지만 세 친구는 아직 스타가 되었다는 감흥은 없는 듯했다. 홍일점 이상화는 “경기가 끝났지만 다른 선수들 뒷바라지 하면서 불려다니느라 너무 힘들어 어제 승훈이 경기는 TV로 봤다”고 했다.
그는 “밴쿠버에선 교민들이 알아봐줘서 기분이 좋은데 서울에 가도 알아줄지 아직 모르겠네요”라며 빙긋 웃었다. 이상화는 특히 이날 생일을 맞아 머리도 멋지게 만들고 화장까지 하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팀추월 경기가 남아있는 모태범과 이승훈은 “아직 선수촌 밖으로 나가보지 못했는데 한국 가면 알아봐 주실지 궁금하고, 알아봐 주시면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로의 매력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털어놨다. 모태범에 대해 두 친구는 잘 놀고, 끼가 많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했다. 이승훈은 친구들 사이에서 외모와 지식을 모두 갖춘 ‘품절남’으로 평가됐다. 이상화는 까칠녀 이미지지만 쿨한 여자라는 점이 매력이라고 두 남자친구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인터뷰 내내 통통 튀는 모습이었지만 훈련과 경기 얘기를 할 때는 표정이 달랐다. 지금의 결과는 달콤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태범은 “중학교 때 왜 운동을 하나 싶어 한 달 정도 반항했었는데 어머니께서 크게 아프셔서 정신을 차렸다”며 “그 다음부턴 어머니 속 썩이는 일은 안 했다”고 털어놨다.
이상화는 2007년의 슬럼프와 지난해 9월 발목 부상당했을 때를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꼽았고, 이승훈은 지난해 4월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을 때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를 이겨낸 건 뚜렷한 목표였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세 선수는 “4년 뒤 소치 올림픽까지는 선수생활을 할 생각인데 올림픽 대표로 발탁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계획과 목표를 세워 다시 시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화기애애한 인터뷰 후 모태범과 이승훈은 이날 22번째 생일을 맞은 이상화를 위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유쾌한 금메달 트리오였다.
밴쿠버=이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