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우리를 뚱보가 되라 하네… ‘과식의 종말’
입력 2010-02-25 21:27
과식의 종말/데이비드 A. 케슬러/문예출판사
비만의 주요 원인인 과식의 유혹은 깊고도 강하다. 과식이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먹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란 쉽지 않다. 포만감을 느끼지만 수저와 젓가락은 앞에 놓인 감칠맛나는 음식으로 자꾸만 향한다. 패스트푸드점 앞을 지나가다보면 자꾸 입맛을 다시게 된다. 삶에 부정적인 이런 행동들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미국식품의약국(FDA) 국장을 지낸 소아과 의사 데이비드 A. 케슬러는 사람들이 탐욕스러운 식욕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 이유를 밝히고 과식이라는 잘못된 식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개인과 사회적 차원에서 모색한다.
비만은 여러 나라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지 이미 오래다. 미국의 스무 살에서 스물아홉 살까지 여성들의 평균 몸무게는 1960년 58㎏이던 것이 2000년에는 평균 71㎏으로 증가했다. 마흔 살에서 마흔아홉 살 여성들의 평균 몸무게도 같은 기간 64㎏에서 77㎏으로 늘었다.
비만의 원인과 해법을 다룬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이 책은 비만을 초래하는 과식에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한다. 과체중인 사람들은 의지나 자존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과식의 원인을 개인의 의지력 문제가 아니라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로 이해한다. 개인 차원을 넘어서는 사회적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과식과 비만의 악순환을 일으키는 3가지 주범은 설탕과 지방, 소금이다. 이 3가지 혼합물이 우리 뇌를 자극하고, 그 결과 그런 음식들을 더욱 더 찾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과식을 ‘부피’의 문제보다는 ‘칼로리’의 문제로 인식한다. 필요한 칼로리를 섭취한 이후에도 계속 입 속에 음식을 넣는 것은 허기져서라기 보다는 감칠맛나는 음식으로 인한 자극과 그 자극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당분, 고지방, 고염분 음식을 먹으면 우리 뇌의 기본 세포인 뉴런이 자극을 받게 되고, 이런 음식들을 접할 때 더 강렬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과식을 부추기는 식생활 문화의 이면에는 식품업계의 이해관계가 숨어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식품회사들은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을 유혹할 뿐 아니라 해당 식품에 설탕과 지방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성분 분석표에 정확하게 표시하지 않거나 소비자가 알아보기 어렵게 표시한다. 또 화학 향료 등 음식에 맛을 더하기 위한 재료들을 사용해 소비자의 충동을 자극한다.
저자는 레스토랑에서 새로 출시되는 음식 대부분은 설탕, 지방, 소금이 고기나 채소, 감자, 빵과 같은 핵심 재료 안에 들어가 있거나 그 위에 쌓여 있다고 말한다. 333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레스토랑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통적인 패스트푸드 체인들에서도 설탕과 지방과 소금은 빠지지 않는다.
미국의 사례들이 주로 인용돼 있지만 패스트푸드점과 외식업체들이 급성장하는 국내 환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과식과 비만의 악순환을 끊는 방법은? 저자는 계획해서 먹고, 알맞은 양을 먹고, 고칼로리 음식보다는 포만감을 주는 음식을 선택하라고 충고한다. 나아가 과식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 한발 더 나아간다. 과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음식점의 성분 분석표 부착, 올바른 식습관에 대한 공교육 캠페인, 과도한 마케팅 규제 정책 등이 그것. 특히 모든 레스토랑에서 음식의 칼로리 함량을 메뉴에 공개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는 스스로 조절하면서 음식을 먹고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한 자신만의 규칙들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리고 음식산업이 우리에게 무엇을 팔려고 하는지, 왜 그러는지를 늘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