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려면 지금 당장 틀을 깨라… ‘트렌드 헌터’

입력 2010-02-25 17:59


트렌드 헌터/제레미 구체/리더스북

혁신의 상징으로 칭송받던 도요타. 모든 것을 옳게 행하는 기업의 롤모델로 추앙받던 도요타가 최근 유례없는 위기에 빠졌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분명한 것은 도요타가 일부러 위기상황을 만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상황에 따라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했고 그것은 때에 따라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제 와서 도요타의 문제점이 어떤 것이었다고 이야기해봐야 그것은 미래에 대한 대안이 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만큼 미래는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갖고 있었다면 도요타가 이런 일을 겪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세계 최대 트렌드 네트워크 사이트 트렌드 헌터(www.trendhunter.com)운영자이자 경영컨설턴트인 제레미 구체는 트렌드 사냥꾼들이 어떻게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트렌드를 사냥하며 이를 혁신과 결합해 파괴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지 소개한다.

당연하고 상식적인 의사결정은 기업에게 독이 된다. 특히 혼돈과 불황의 시대라면 더욱 그렇다. 1900년대 초반 미국 시리얼 시장을 장악했던 포스트는 대공황이 찾아오자 광고마케팅 비를 대폭 삭감했다. 시장점유율 1위와 재정난이라는 두 가지 상황에서 이는 상식적인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 틈을 노린 켈로그는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결국 순위는 뒤바뀌게 된다.

타자기 세계 1위 기업인 스미스코로나도 비슷한 예다. 오늘날 문서를 작성하는 것은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수많은 일 중에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스미스코로나는 타자기가 영원할 거라고 판단했다. 한때 컴퓨터 업체 에이서와 제휴를 맺고 컴퓨터 산업 진출을 모색했지만 1년 만에 철수하고, 타자기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공장을 멕시코로 옮기는 결정을 한다. 스미스코로나 임원 누구도 이 결정이 잘못됐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스미스코로나는 여전히 타자기에서 1위다. 하지만 타자기는 사무실보다 박물관이 더 어울리는 세상이 됐다.

반면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IT 거품이 꺼진 뒤 쏟아지는 비난에도 연구개발비를 줄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기술 부문에서 일어났던 일은 경기 후퇴 때문이지 그것이 기술의 미래여서가 아니다. 많은 기업이 몸집을 줄이고 있다.그리고 그것이 그들에게는 옳은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길을 택했다. 고객 앞에 훌륭한 상품을 계속 제시한다면 고객이 지갑을 열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아이팟, 아이폰은 이렇게 탄생했다.

구체는 거침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무모한 도전을 권장하며 실패를 환영하고 창의적인 문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수를 저질러서 치러야 하는 대가는 크지만 아무 것도 안해서 맞이하는 결과는 더욱 혹독하다. 안일함은 곧 몰락이다.

시장을 선도하는 이들은 전통적인 마케팅과 진부한 관행에서 빨리 벗어난다. 내용물보다는 스타일을 먼저 전하고, 논리를 줄이고 스토리를 강화해야 한다.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 패키징팀은 애플의 아이팟 포장 상자를 자사의 패키징 툴에 맞춰 만들어봤다. 그 결과 애플의 심플한 디자인이 주는 호소력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최근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꼽히는 바이럴 마케팅을 잘 하기 위해서 구체는 “스토리에 집착하고 또 집착하라”고 강조한다. 영상이 이목을 끌긴 하지만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구체는 책에서 혁신이 조직 문화가 되려면 필요한 것과 버려야할 것, 트렌드를 포착하고 기회를 찾아내는 법, 혁신을 관리하는 법, 메시지를 바이러스처럼 퍼뜨리는 기술 등의 분류에서 100가지 이상의 키워드를 제시한다. 구체는 “당신은 아마도 이 책에서 접한 아이디어 가운데 상당수를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라고 털어놓는다. 그는 “혼돈을 이용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라”는 글로 마무리한다. 결국 행동이 차이를 만든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