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교관이 바라본 근대 한국’ 번역한 이재훈 교수

입력 2010-02-25 21:28


19세기말 러시아에 한국소개한 최초의 책 큰 의미”

19세기말 러시아 외교관은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을까.

동북아역사재단이 출간한 ‘러시아 외교관이 바라본 근대 한국’은 구한말 러시아 외무성에 근무하면서 중국 및 일본 관련 외교 업무를 담당한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 포지오(1850∼1889)의 저서를 번역한 것이다. 1892년 ‘한국개관’이라는 제목으로 러시아에서 출간된 것으로 19세기 후반 한국을 지리적 개요, 한국의 국왕, 국가제도, 재판제도, 사회계층, 교육, 가족생활, 사회생활, 건축물, 종교, 산업과 교역 등 12개 장으로 나눠 종합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번역자인 이재훈(45·사진)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는 “19세기말 한국과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집대성한 종합안내서 성격을 띠고 있으며 러시아에 한국을 소개한 최초의 책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지리개요편에서는 한국을 8개 도로 나눠 위치와 인구수, 지리적 특성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울릉도를 포함한 동해안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울릉도’라는 명칭과 위치를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다. 또 한반도 동쪽 바다의 이름을 한국에 가까운 쪽은 ‘동해’, 일본에 가까운 쪽은 ‘일본해’로 나타냈다. 원저작에 첨부된 지도에는 독도의 서도를 올리부차, 동도를 메넬라이로 표기해 독도가 한국의 영토임을 분명히 했다.

1895년 독일어로 번역, 출간돼 러시아 뿐만 아니라 서구인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포지오는 1880년대 러시아의 외교관으로 5년 동안 중국과 일본 등 극동 지방에 주재하면서 수집한 한국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 근대 한국의 상황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지만 조선을 중국의 속국으로 봤거나 부산지역을 임진왜란 이후 부산의 식민지로 묘사한 것 등 역사적 사실과 달리 기술된 부분들도 눈에 띈다.

이 연구교수는 “포지오가 한국의 상황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 만난 현지인들에게 보고 들은 것들을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쓰여졌기 때문”이라며 “당시 서구인들이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근현대 한·러 관계사 전문가인 이 연구교수는 “번역작업에 지난해 초부터 매달려 꼬박 1년이 걸렸다”며 “현재와 의미가 달리 쓰이는 러시아 고어(古語)들이 많아 번역에 애를 먹었다”고 털어놓았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