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배삼룡씨 빈소 찾은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씨… 그는 친구의 영정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입력 2010-02-24 19:16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84)씨가 23일 별세한 고(故) 배삼룡씨의 빈소를 찾아 죽음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다.
24일 오전 10시50분쯤 아내와 함께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그는 침통한 표정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고인과 명콤비로 호흡을 맞춰온 그의 모습 또한 링거용 바늘을 손에 꽂은 채 휠체어를 탄 쇠약한 노인의 모습이어서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양쪽에서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일어선 그는 친구의 영정을 한참동안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어 향을 피우는 조문 절차를 간신히 마친 후 주위 사람의 도움으로 다시 휠체어에 몸을 기댔다. 지난해 1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투병생활 중인 그는 지난 12월 소파에서 굴러 떨어질 정도로 체력이 급격히 악화된 상태다.
유족들은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어렵사리 빈소를 찾은 구씨에게 연신 머리를 숙이며 “아버지께서도 기뻐하실 것”이라면서 감사를 표했고, 그 역시 고인의 아들과 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는 “(친구의 비보를 듣고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앞이 뽀얀 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며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걔가 없어서 안 되는 건 없지만, 이제 걔가 없으면 어떡하나 싶더군요. 아까운 사람 하나 없어졌지….”
구봉서는 ‘형님 먼저, 아우 먼저’ ‘마음 약해서’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며 1970∼80년대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을 펼친 만능 엔터테이너다.
“6·25 직후 육군본부 정훈관에서 걔(배삼룡)를 처음 봤지요. 웬 시커먼 놈이 서 있었는데 그게 걔였어요.”
그 후 고인과 군에서 활동하면서 시골 공연을 함께했고, 70년대에는 고인과 콤비를 이뤄 한국 코미디를 주름잡는다. 그는 “삼룡이와는 죽이 잘 맞고 개그 호흡도 환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코미디라는 게 어떤 사람 하나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잘 받아줘야 한다. 걔가 그랬다”고 덧붙였다.
병원에 가야한다며 인터뷰를 한사코 마다한 그는 마지막으로 고인이 체납한 병원비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란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또한 많은 사람이 고인의 추모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