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수능 최고령 응시자 77세 조재구 할머니 “새내기 대학생활 마냥 설레요”
입력 2010-02-24 19:17
“마치 스무 살 새내기 대학생이라도 된 것처럼 마음이 설렙니다. 하늘이 부를 때까지 공부하고 싶네요.”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전국 최고령 응시자였던 조재구(77) 할머니가 25일 서울 염리동 일성여중고를 졸업한다. 경인여대 일본어학과에 합격한 조 할머니는 3월이면 대학생이 된다.
조 할머니의 학력은 1945년 초등학교를 마친 뒤 중단됐다. 아버지의 강한 반대로 중학교에 진학을 못했다. 이후 결혼과 함께 공부와의 인연은 영영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남편과 사별 후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살다가 아들의 권유로 4년 전 이 학교에 입학했다.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내친 김에 대학 진학까지 목표를 상향조정했다. 만학의 기쁨을 맛본 조 할머니는 중학교 2년, 고등학교 2년을 결석 한 번 없이 성실하게 학교를 다녔다. 한문 과목을 가장 좋아하는 조 할머니는 “새롭게 생긴 자신감이 항상 나를 웃게 했다”면서 “간단한 영어 문장은 알아들을 수 있고, 한자와 일본어는 손자들에게 알려 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조 할머니는 “(대학생이 된다는) 기대감에 잠이 안 온다”면서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잘 참고 이겨내 이 학교 졸업생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여성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일성여중고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40∼70대 만학도들이 공부하는 2년제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이다. 올해로 8회째인 졸업식에는 중학교 339명, 고등학교 270명이 졸업장을 받는다. 특히 올해에는 졸업생 270명이 전원 대학에 합격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