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열풍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공모가 논란도 가열
입력 2010-02-24 18:50
대우증권 그린코리아, 발기인 인수가 1000원·공모가 3500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3일 마감한 국내 첫 SPAC인 대우증권 그린코리아SPAC에는 청약 증거금(청약 금액의 50% 정도)만 1조1416억원이 몰렸다. 청약 경쟁률은 86.98대 1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은 다음달 잇따라 SPAC 공모에 들어간다.
SPAC는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명목회사(paper company)다. 기관 투자자만 참여하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을 일반 투자자에게 개방한 일종의 투자 상품이기도 하다. SPAC는 일반인 대상으로 공모주를 모집해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공개 절차를 거친다. 이어 3년 동안 M&A 대상 기업을 찾아 합병을 한다.
피합병기업은 우회 상장하는 효과가 생긴다. 투자자는 피합병기업 주식을 매각해 이익을 거둔다.
하지만 공모가격이 발기인 인수가(주식 액면가격)보다 너무 높다는 논란이 거세다. 연초부터 공모주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SPAC 공모도 과열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해와 진실’을 설명했다.
논쟁의 핵심은 공모 투자자가 발기 투자자보다 불리하다는 것이다. 공모가가 발기인 인수가 대비 2.0∼3.5배 높아서 고수익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조인강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미국은 SPAC 공모 투자자가 발기주주 인수가격의 50∼100배 수준으로 가격을 지불한다”고 말했다. 공모가격에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에 발기주주 인수가격보다 높을 수밖에 없지만 과다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대우증권 그린코리아SPAC의 주당 액면가는 1000원이다. 발기인은 주식에 20억원, 전환사채(CB)에 56억원을 투자했다. 공모금액은 875억원으로 공모주 가격은 3500원이다.
주식에 들어간 자본금 895억원을 총 주식 수 2700만주로 나눈 주당 순가치는 3314원으로 공모가의 94.7%다. CB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순가치는 2917원(공모가의 83.3%)이다.
따라서 공모 투자자는 공모가격 3500원 가운데 5∼17%를 프리미엄으로 지불하는 셈이다. 대신 공모 투자자는 다양한 보호 장치를 누린다.
우선 공모 투자자들이 낸 돈은 최소 90% 이상이 별도 예치된다. 합병에 실패해 SPAC를 해산할 경우 경영진은 예치금과 이자를 공모 투자자에게 먼저 나눠준다. 반면 발기 투자자는 가장 후순위에 배분받는다.
또 발기인은 투자 시점부터 합병 후 6개월까지 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 반면 공모 투자자는 증시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고, 합병 후에는 언제든 피합병기업 주식을 팔아 이익 실현이 가능하다.
금융위는 “공모 투자자는 수익이 작지만 리스크가 낮고, 발기 투자자는 고수익과 고위험이 공존하는 형태다. SPAC는 우량 중소기업을 우회 상장해 효율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순기능을 지니고 있고, 아직은 과열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PAC에 투자할 때는 어떤 기업을 인수하려는지와 M&A 경험이 많은 경영진을 구성했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