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상습 폭주 구속” 으름장에 폭주족 ‘콧방귀’… 3·1절 앞두고 팽팽한 신경전

입력 2010-02-24 18:46


3·1절을 앞두고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팽팽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경찰과 폭주족이 그들이다. 경찰은 “뿌리를 뽑겠다”며 28일부터 다음달 2일 새벽까지 특별단속에 들어간다.



경찰청은 24일 ‘상습 폭주 적발시 구속’이라는 강공책을 빼들었다. 지금까지 두 번 이상 폭주행위에 가담했다가 적발된 상습 폭주 전력자 42명이 이번에 적발되면 구속시킬 방침이다. 청소년도 봐주지 않기로 했다. 처벌 수위 역시 강화됐다. 최대 5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엄단할 계획이다.

그러나 폭주족들은 자신만만한 반응이다. 23일 밤 서울 시내 한 술집에 모인 오토바이 폭주족 3명의 대화 주제는 ‘3·1절 폭주 대책’이었다.

가장 고참인 김모(34)씨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경찰은 우릴 못 잡아. 우리 같은 베테랑들은 보통 시속 180㎞에서 220㎞까지 달리는데 그걸 따라올 수 있는 경찰은 없다”고 단언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폭주를 즐겼다는 박모(30)씨도 거들었다. 박씨는 5년 전부터 매년 3·1절과 광복절에 폭주족을 이끌고 다니는 ‘폭주족 리더’다. 그는 “100년 대책을 만들어보라고 해라. 잡히는 건 속도가 안 나는 스쿠터를 타거나 경력 짧은 어린애뿐”이라고 코웃음을 쳤다.

경찰은 폭주족 단속대책의 하나로 뚝섬과 여의도 등 폭주족의 주요 집결지점에 교통 사이드카와 기동대 등 경찰력을 대거 배치하고, 시내 주요 이동로를 차단할 계획이다. 전국의 폭주 전력자 1078명에게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사전 경고문을 보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순찰차량 등에 고성능 비디오카메라 등을 장착하고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며 “폭주행위에 사용된 오토바이는 모두 압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폭주족들은 경찰의 강력한 대응책을 오히려 즐거운 게임으로 받아들인다. 경찰 감시망을 이리저리 피해 다녀야 스릴과 재미가 만점이라는 것이다.

폭주족 리더들은 이미 경찰을 피할 수 있는 도주로와 진행로를 파악해놨다고 전했다. 몇 시 어디서 만날 것이며, 어떤 길을 따라갈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걸 말해주면 경찰이 거기서 딱 기다릴 텐데”라며 “폭주족 누구도 그건 알려주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폭주족들은 실력 말고도 믿는 구석이 있다. 셋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최모(22)씨는 “경찰이 우리를 잡으려다 다치거나 죽는 일이 발생한다고 생각해봐라. 경찰 역시 부담감 때문에 단속을 강하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경찰은 갈수록 폭주족으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법 집행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역주행, 교통사고 유발 행위, 경찰관을 위협하는 오토바이는 ‘흉기’로 간주해 구속 수사할 방침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의 폭주족 검거 현황에 따르면 2006년까지는 구속자가 없었으나 2007년 2명, 2008년 10명, 지난해 6명이 구속됐다.

엄기영 조국현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