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당 환경 무섭다”-친박 “토론 보이콧”… 한나라 의총 사흘째 공방
입력 2010-02-24 21:45
한나라당은 24일 사흘째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계파 간에 얼굴을 붉히는 공방만 계속했다. 친이계 의원들은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비난을 이어갔고, 친박계 의원들은 의총을 보이콧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친이계 중진인 안경률 의원은 “최근 역사에서 현직 대통령과 차기 유력 대선 주자는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며 “성공 사례는 전두환-노태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고 실패한 사례는 김영삼-이회창, 노무현-정동영으로 이분들은 어째서 성공하지 못했는지 역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 해답은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선 주자가 협력하는 것”이라고 박 전 대표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이어 “지금 이 시대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적 정의다. 당원은 이 대통령 안을 존중하는 게 바르게 정권을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은 “행정부가 가야 기업이 온다는 시각은 관치경제적, 퇴행적 시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친이 핵심인 정두언 의원은 미디어법 처리 과정을 예로 들며 “여야가 가까스로 얘기를 시작했는데 박 전 대표가 갑자기 수정안을 내놔 난처해졌고,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줬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우리는 그때 당론 변경 절차 없이 (박 전 대표의) 수정안을 당론으로 정했는데 어느 당론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어느 당론은 수정해도 되는지 그 원칙을 누가 만드는 거냐”고 비난했다. 특히 “과거 우리는 두 번 대선에서 패배했는데 당시 권위적 총재였다. 반대가 용납되지 않았고, 측근들은 무조건 예스(Yes)만 했다”며 “지금 우리 당 환경이 춥고 무섭다. 아스라한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게 바른 세상이냐”고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이 “엄연한 사실을 왜곡해 지금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발언권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활용하고 있어 더 이상의 의총은 의미가 없다”며 다른 친박계 의원들과 ‘의총 전면 보이콧’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발언에 나선 친박계 서병수 윤상현 의원도 “세종시 문제는 몇 분이 모여 논의를 해가면서 결론은 다음 대통령 후보자에게 맡겨야 한다”며 “오늘로 토론 종결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이성헌 의원도 “(친이계가) 자신 있으면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표결해 그 결과를 받아들이면 된다”며 “여기서 강제당론을 만들어 수정안 반대자를 명분으로 옭아매면 한나라당의 앞날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인 25일 한나라당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오찬을 한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 관철을 위한 당 지도부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은 MBN에 출연, 수정안의 국회 통과 시기에 대해 “시기를 너무 뒤로 미루는 것은 다른 논란이 나올 수 있다. 3월에는 진전된 모습이 나와야 한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4월에 처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