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막장’ 서울교육청 어디까지… 매관매직 온갖 ‘說’이 속속 사실로

입력 2010-02-24 18:47

서울시교육청을 중심으로 교육계를 떠돌던 온갖 추문들이 연일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거의 ‘비리 백화점’ 수준이다. 특히 인사비리의 경우 교육청 간부들이 줄줄이 연루된 매관매직 행태가 밝혀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반부패 청렴 대책’을 발표하고 각종 부조리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언제 어디서 또 비리가 터져나올지 몰라 가슴을 죄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교육 스캔들’=시교육청 고위 관계자는 24일 “곧 새 학기가 시작되면 교사들이 아이들 얼굴을 보며 수업을 해야 하는데 교육 비리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니 고개를 못 들 지경”이라며 “비리 사건들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다들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교육청 한 장학사는 “친구들 모임에 가도 요즘은 (교육청에 근무한다는 사실에) 얼굴을 못 들 지경”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들이 이렇게 하소연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는 ‘서울 교육’의 비리 수준이 거의 막장까지 치달았기 때문이다. 특정 업체들을 방과후학교 위탁 업체로 선정해주면서 뇌물을 받은 초등학교 교장들이 무더기로 적발되는가 하면 칠판이나 급식, 창호공사 등 각종 자재나 시설 관련 비리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불거진 자율형사립고 부정 추천 사태 역시 학교들을 관리하고 지도해야 될 입장에 있는 시교육청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인사비리와 관련해서는 시교육청 전·현직 최고위급 인사를 비롯한 수십 명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교육계는 오랫동안 ‘서울 교육’이 교육감을 중심으로 지연과 학연에 바탕을 둔 인사가 이뤄지면서 이러한 문제는 예고된 사태라고 지적한다. ‘호남 출신으로 서울교대나 서울 지역 사범대를 졸업했으면 성골, 둘 중 하나의 요건만 채웠으면 진골’이라는 식의 얘기가 정설처럼 여겨져 왔다. 서울시교육위원회 박명기 교육위원은 “전직 교육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패거리 문화’가 인사에도 그대로 투영돼 왔다”며 “투명한 인사 제도를 마련하지 않는 한 비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강도 대책들, 실효 거둘까=이 같은 비리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던 시교육청은 최고 1억원의 신고 포상금제를 마련하고 외부 감사관제 도입 계획을 밝히는 등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다음달 이뤄질 정기인사에서는 대규모 물갈이 인사도 예고했다. 전문직들은 ‘강남 3구’에 위치한 이른바 ‘물 좋은 학교’로는 가급적 발령을 내지 않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대책들이 실효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많다. 교육계가 워낙 폐쇄적인데다 음성화된 비리 행위들이 관행처럼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엄민용 대변인은 “이번 기회에 교장 임용 절차를 비롯해 교육감 선거 방식 등 비리 사슬을 끊기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