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잘했지만… 연아를 넘을 순 없었다

입력 2010-02-24 18:35

연아, 첫 점프부터 깔끔… 스핀·스텝 연기 황홀

김연아(고려대)는 본인의 최고치를 보여줬다. 가녀린 여대생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최고의 무대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표현했다. 올림픽 심판진은 역대 피겨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 최고 점수(78.50점)로 화답했다.



◇“김연아는 아사다를 라이벌로 생각지 않는다”=전문가 눈으로 본 김연아의 24일(한국시간) 쇼트프로그램 연기는 어땠을까. 경기 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따로 만난 김연아의 안무 코치 데이비드 윌슨(44)의 첫마디는 “믿을 수 없다(It's unbelievable)”였다.

윌슨 코치는 “김연아의 오늘 연기는 평소 연습했던 그대로였으며 완벽했다(perfect)”고 했다. 그는 김연아의 최고점 획득 원인을 충분한 연습에서 찾았다. 김연아가 ‘강심장’이라는 멘털리티 측면을 중요하게 보지는 않았다. 윌슨 코치는 “김연아는 토론토에서부터 상당히 많은 연습을 해왔고, 그때마다 올림픽 무대에 서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점을 항상 생각했다”고 했다. 연습과 실전이 언제나 하나였다는 설명이다.

윌슨 코치는 김연아가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라이벌로 생각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그는 “김연아는 언제나 자기 자신(herself)과 싸운다. 사람들은 김연아와 아사다를 라이벌이라고 하지만 김연아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언제나 본인 연기에만 집중할 뿐이고 그 결과 세계 1위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추가 점수가 역대 최고점 원동력=김연아 바로 앞에서 연기한 아사다 역시 본인의 2009∼2010 시즌 쇼트프로그램 최고점인 73.78을 받았다. 아사다는 연기를 마친 뒤 깡충깡충 뛰면서 기쁨을 표시했고, 코치 타티아나 타라소바(러시아)는 아사다를 끌어안으며 쇼트프로그램 1위를 확신했다. 아사다는 세계 여자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자신만 구사하는 트리플 악셀도 성공시켰다.

그러나 곧이어 등장한 김연아는 첫 번째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 연속 점프(기본 점수 10점)를 성공시키며 기선을 제압했다. 첫 점프가 잘 되면 분위기를 타는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기본 점수 5.5점), 더블 악셀(기본 점수 3.5점)도 깔끔하게 마쳤다. 김연아는 이날 3개 점프에서 총 4.8점의 수행 점수(GOE)를 추가했다. 김연아는 점프말고도 스핀, 스파이럴, 스텝 연기에서도 모두 수행 점수를 얻어내 역대 최고점 획득의 발판이 됐다.

김연아는 26일 프리스케이팅을 남겨놓고 있다. 윌슨 코치에게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더니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나는 예측하지 않는다. 그냥 김연아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지켜보기만 한다”고 했다. 윌슨 코치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김연아는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이다”였다. 김연아가 이날만큼만 한다면 금메달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분위기였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