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아기 울음소리 ‘뚝’… 부부 고함소리 ‘확’
입력 2010-02-24 18:25
금융위기가 빚은 침체의 그늘이 여염집 안방까지도 침범한 모양이다. 위기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혼인은 꾸준히 줄었고, 이혼은 2008년 이혼숙려제 효과가 걷히면서 지난해 9% 가까이 폭증했다. 부부가 줄어드니 아기 울음소리도 귀해졌다.
통계청은 24일 ‘2009년 출생통계’에서 지난해 출생아 수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인 44만5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4.4%(2만1000명) 줄어든 수치다.
특히 25∼29세 산모의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1만3000명이나 줄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극심했던 청년실업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경기침체로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는 청년층이 늘어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가임여성(15∼49세) 1명당 평생 낳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 평균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15명으로 전년보다 0.04명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2005년의 1.076명보다는 많은 것이지만 주요국과 비교할 때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다. 2008년 기준으로 봐도 일본은 1.37명, 독일 1.38명이었고 미국은 2.123명(2007년)이었다.
다만 20대보다 안정적인 30대 여성의 결혼과 출산은 상대적으로 늘면서 지난해 30대 후반(35∼39세) 연령층의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1000명 늘었다.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도 31.0세로 전년보다 0.2세 높아졌다.
지난해 혼인건수는 30만9800건으로 전년보다 5.5%(1만7900건) 줄어든 반면 이혼건수는 12만6900건으로 전년보다 8.9%(1만400건)나 늘었다. 이혼건수는 이혼숙려제가 도입되기 전인 2007년 12만4100건에서 2008년 11만6500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급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외환위기가 불거진 1998년에도 이혼건수가 27.6%나 늘어나는 등 경기침체와 부부관계간 상관관계는 존재했다”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