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동수] 글쓰기 비결

입력 2010-02-24 18:19

한국 학생들이 선진국 학생들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이 글쓰기 능력이다. 암기식 단답형 시험에 익숙하다보니 ‘정답 찍는 로봇’으로 전락한 탓이다. 문제 형식을 주관식 서술형으로 바꾸면 어떻게 써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머릿속에 든 지식들을 문장으로 잘 끌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글쓰기 훈련이 제대로 안 된 탓에 외국 대학에 진학한 한국 학생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는 것도 에세이 과제라고 한다.



객관식 단답형 시험 체계에선 창의성이 발현되기 어렵다. 머릿속에 달달 외운 조각 지식만 가득 찬 것도 문제지만 그 지식마저도 글로 표현할 수 없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올 1학기부터 서울 지역 초등학교 3∼6학년과 중·고교의 내신 시험이 서술형 논술형 중심으로 전면 개편된다. 그럴 경우 문제 당 300∼500자의 답안을 써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녀가 글재주깨나 타고났다면 별 문제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부모들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벌써부터 글쓰기를 가르치는 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고, 마케팅도 활발하다. 머잖아 글쓰기 사교육 열풍이 거세게 몰아닥칠 조짐이다.

그러나 글쓰기는 단기간의 학원 교육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종목이다. 타고난 문재(文才)도 좀 있어야 하고 후천적으로 끈질긴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영미권 인기 작가 29인의 글쓰기 비결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논리적 글쓰기를 준비하는 사람이든, 문학적 글쓰기를 생각하는 사람이든 귀담아 들을 만한 대목들이 풍성하다.

이들이 강조하는 글쓰기 제1의 원칙은 ‘자신의 단어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스토리가 좋고 논리와 구성이 탄탄해도 자신의 개성이 녹아 있지 않은 글은 죽은 글과 다름 없다는 의미다.

‘그날 정한 분량을 다 쓰면 더 쓰고 싶더라도 글쓰기를 마치라’ ‘원고를 다 쓸 때까지 앞에 쓴 부분을 들춰보지 마라’ ‘인터넷을 멀리하라’ 같은 충고도 도움이 된다. 그 외엔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다. ‘끊임없이 읽고 쓰라’ ‘상투적인 문구를 조심하라’ ‘다양한 경험을 하라’ ‘메모 습관을 들여라’ ‘더 뺄 부분이 없을 때까지 문장을 다듬어라’ 등등 일반인들도 짐작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결국 글을 잘 쓰는 비결은 평범하다. 이 모든 것을 압축한 듯한 말을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했다. “어떤 것도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당신이 최고의 글을 쓸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스스로 최고가 되는 것이다”

박동수 논설위원 d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