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행복은 혼수가 아니랍니다”… 예비부부들의 ‘행복 존’ ‘연리지 해피나’를 찾다
입력 2010-02-24 21:30
연리지란 나무가 있다. 뿌리도 다르고 몸통도 다른 두 개의 나무지만 가지끼리 이어지고 뒤엉켜 마치 포옹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렇게 한 나무처럼 사이좋게 자란다. 수분과 영양도 함께 나누고 매서운 찬바람과 타오르는 더위도 함께 견디면서 말이다. 결혼이란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연리지는 부부의 모습과도 유사하다. 봄은 새싹으로 오기보다 결혼으로 온다는 말이 있다. 결혼 시즌을 앞두고 젊은이들의 행복Zone, 연리지 해피나(happiness+seminar)를 찾아보았다. 결혼 예비학교 성격의 이 세미나는 하이패밀리 주최로 열렸다. 20일 세미나가 열린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는 80여명의 커플이 참석했다.
수많은 사람이 결혼을 한다. 결혼만 하면 두 사람의 삶은 장밋빛 인생이 시작될 거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그 환상은 18∼30개월이면 처참하게 깨지기 마련이다. 그 결과 국가통계 포털에 의하면 결혼 4년차에서 이혼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서술하고 있다. 대가족 시대였던 과거에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많은 것을 자연스럽게 보고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보고 배울 수 있는 장이 사라졌다. 가장 중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지혜’ 배우기는 그래서 가장 가치 있는 교육이다. 결혼은 특히 그렇다. ‘결혼생활의 지혜’를 습득할 곳이 많지 않아 결혼 예비학교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주 강사인 송길원 목사, 김향숙 박사 부부는 “저희는 결혼을 학습하지 못하고 결혼한 세대지만 다음 세대에게 남길 가장 값진 결혼 선물이 결혼 예비학교라는 걸 체득했다”며 “이제는 결혼 예비학교가 혼수의 필수품이 돼 심지어 50대 재혼 커플들도 참여를 문의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중앙대 청소년학과 강태신 교수는 ‘성격차·성(性)격차 극복을 위한 MBTI’ 강의에서 “사람의 기질은 바뀌지 않지만 성향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외향적 성향은 외부, 즉 바깥사람에게서 에너지를 얻고 내향적 성향은 혼자 성찰하거나 독서 등 내부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성향을 주장할 때 발생한다. 그러므로 서로 상대방의 성향을 이해하고 배려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번 해피나에서는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리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만혼과 출산기피 현상이 보편화되어 가는 현 상황에서 이기적이기 쉬운 젊은 세대들에게 출산의 기쁨과 중요성을 되새겨 주는 ‘Yes Baby’ 서약식은 출산의 관점을 바꿔주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밖에도 동작치료를 통한 친밀감 회복, 그간의 상처를 털어내고 새로운 만남으로 나아가는 치유교실, 성경의 토대 위에 세워지는 사랑의 네 꼭지점 등 여러 주제의 선택교실이 진행됐다. 결혼준비 A에서 Z까지, 행복한 성교실 등이 젊은 부부들의 흥미를 끌었다.
이 세미나를 찾은 예비부부들은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품고 있는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감정적으로 좋았어요. 그러나 정작 결혼을 앞두고는 아차 싶은 거예요. 몇 번이나 헤어질 위기를 만났지요. 그러다가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는 혼수로 혼수상태에 빠질 뻔했어요. 다행히 위기를 넘겼지만…. 앞으로도 이런 위기는 또 있을 테고. 결혼에 앞서 예방접종을 받고 싶었어요.” “사실은 우리 부모님들이 꼭 다녀와야 한다고 해서 왔는데 그 어떤 선물보다 영적 혼수감을 장만해야 한다는 것을 오늘 알았어요.”
이번 세미나 강사로는 자녀 출산 및 계획, 양육·임신은 이소희(숙대 아동복지학과) 교수가, 가정경제·경제원칙, 재테크, 경제 갈등 관리는 김동윤(크리스찬재정사역연구소 대표) 장로 등이 참여했다.
하루 종일 결혼이야기에 빠져 있다 보니 행복이 성큼 다가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세미나는 매달 열린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