켐케스 코치, “내 실수로 크라머 실격” 잘못 시인

입력 2010-02-24 18:22

한국의 이승훈에게 금메달을 내준 스벤 크라머(네덜란드)는 코치의 어이없는 실수로 코스를 잘못 선택한 것으로 밝혀졌다. 크라머의 코치 게라드 켐케스는 경기 후 자신의 잘못된 코스 지시 때문에 금메달을 놓쳤다며 모든 잘못은 자신에게 있다고 시인했다.

경기장 25바퀴를 도는 1만m 종목에서 선수들은 같은 거리를 뛰어야 하기 때문에 인코스와 아웃코스를 번갈아 탄다. 이때 선수들이 인, 아웃을 헷갈리지 않도록 레이스를 관찰하고 선수에게 지시하는 것은 코치의 몫이다.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잘못된 코스에 접어들기 일쑤기 때문이다. 실제 1만m 경기에서는 이 같은 일이 자주 발생한다.

이날 경기에서 크라머는 8바퀴를 남겨 둔 상황에서 아웃코스로 들어가려다 켐케스의 지시를 받고 황급히 인코스로 바꿨다. 당시 켐케스는 크라머에게 이승훈과의 시간차를 알리려고 지시판에 글을 쓰느라 정신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머가 이미 아웃코스로 레인을 바꾼 것을 보지 못했던 켐케스는 크라머가 인코스로 옮겨 와야 한다고 잘못 판단하고 손짓을 했다.

켐케스는 크라머와 함께 레이스를 펼치던 이반 스코브레프(러시아)가 어느 코스를 타는지도 쳐다봤다. 교차 구간 시작 부분에서 미리 코스를 바꿔 인코스로 치고 들어온 스코브레프를 본 켐케스는 잘못된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켐케스는 스코브레프가 계속 크라머와 같은 인코스를 타고 있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랐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결국 크라머는 이승훈보다 4.05초 빠른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돌아온 것은 실격 통보였다.

서완석 부국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