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통합 기구 만든다… 창설 합의 회담서 우리베·차베스 으르렁, 결속엔 한계
입력 2010-02-24 21:11
멕시코에서 칠레까지 중남미 국가를 아우르는 새로운 국제기구를 창설하기로 이 지역 26개국 정상들이 23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이들은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리우그룹(중남미 국제기구)과 카리콤(카리브해 연안국 경제협의체)의 연석 정상회담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옹호, 협력 증진을 위해 두 기구를 통합한 국제기구를 설립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멕시코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이 발표했다. 북미의 부국이자 선진국인 미국과 캐나다는 제외하기로 했다.
회원국들은 일단 내년 베네수엘라에서 열릴 차기 정상회담까지 구체적인 설립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통합 기구의 목표는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세계무대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 하지만 실제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내부에선 벌써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보수파인 알베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과 좌파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2일 저녁 만찬장에서 으르렁댔다. 우리베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무역제재에 불만을 토로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국경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콜롬비아 민병대 배후에 콜롬비아 정부가 있다고 쏘아붙였다.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우리베는 “인간이 돼라(Be a man)”고 내뱉었다. 차베스도 “지옥에나 가라(Go to hell)”고 응수했다.
다음날 차베스와 가까운 사이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중남미 국가의 결속을 막으려는 미국의 대리인이 있다”고 우리베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통합 기구가 회원국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워싱턴의 한 중남미 전문가는 “통합 기구는 회원국의 주권을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라틴 아메리카에선 굉장히 민감한 이슈”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온두라스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6월 쿠데타로 집권한 포르피리오 로보 정권을 인정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입장 차가 너무 커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로보 대통령은 초대 받지도 못했다. 온두라스가 참여하면 새 기구는 명실 공히 중남미와 카리브 연안 33개국이 모두 참여하는 이 지역 최대의 국제기구가 된다.
미국과 캐나다가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주기구(OAS)를 새로 탄생할 기구가 대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콜롬비아를 중심으로 한 친미 지도자들은 OAS 존속을,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중심으로 볼리비아 에콰도르 니카라과 등 좌파 정부 지도자들은 새 기구가 OAS를 대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