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감” 질타에 머리 조아린 도요타

입력 2010-02-24 18:07

美하원 청문회서 “전자제어 결함 없다” 주장

미판매사장 “리콜통해 급발진 완전 해결못해”


미 하원은 23∼24일(현지시간) ‘도요타 청문회’를 열고 대량 리콜 사태를 불러일으킨 도요타 자동차를 집중 난타했다. 이에 도요타 측은 고개를 숙였다.



◇고개 숙인 도요타=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회에 24일 출석한 도요타 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회사가 너무 빠른 성장을 하면서, 안전제일주의에 소홀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도요타는 전통적으로 첫 번째가 안전, 두 번째가 품질, 세 번째가 외형이었으나, 우선순위가 혼선을 빚었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사고를 경험한 도요타 운전자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짐 렌츠 미국 도요타자동차판매 사장도 23일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에서 “회사가 전 세계에서 발생한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못했다. 시스템에 약점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이처럼 도요타 측이 저자세로 나온 것은 미 여론의 반감이 상상 이상으로 강하기 때문이다. 도요타 사태가 더 확산될지, 수습될지는 청문회 이후 미국 내 여론 형성에 달려 있다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전자제어장치 결함 최대 쟁점=이틀간의 청문회에서 미 의원들은 도요타 측이 소비자들의 안전 불만 제기를 무시한 점, 안전 문제를 인지하고도 사후 대처가 미흡했던 점을 집중 추궁했다.

특히 민주당 헨리 왁스먼 의원 등은 급가속 원인이 회사 측이 밝힌 가속페달이나 바닥매트 문제가 아니라 전자제어장치(ETCS) 결함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소비자안전단체인 ‘세이프티리서치앤드스트레터지’의 숀 케이시 회장도 도요타 측과 미 정부가 적절히 조사하지 않은 ETCS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론다 스미스라는 여성은 피해 사례 증언을 통해 테네시주 고속도로에서 렉서스를 몰다가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급가속 상황(시속 160㎞ 이상)이 10㎞가량 진행됐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스미스는 “도요타는 탐욕에 대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렌츠 사장은 답변을 통해 “ETCS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도요타 차가 거리에 돌아다니는 차 중 가장 안전한 차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리콜을 통해 급발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도 “리콜이 완료되면 급발진 가능성은 매우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ETCS에 구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도 있다. 이는 전 차량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