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빙속 코리아’는 기적이 아니다
입력 2010-02-24 18:10
이승훈 선수가 또 해냈다. 스피드 스케이팅 5000m 종목에서 아시아 최초로 은메달을 목에 건 이승훈 은 1만m에서 12분58초55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이 역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이다.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일본의 시라하타 게이지가 남자 1만m에서 4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을 만큼 장거리 종목은 유럽과 북미의 독무대였다. 아시아인으로 13분대 벽을 깬 것도 이승훈이 처음이다. 그것도 쇼트트랙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선수가 1만m 도전 세 번 만에 이룬 쾌거다. 이승훈은 아시아 빙상 역사를 새로 썼다.
세계 언론들은 놀라움을 나타냈다. 비록 이 종목 세계기록 보유자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가 코스에 잘못 진입해 실격당하는 운도 따랐지만 이승훈 선수는 충분히 그만한 실력을 갖췄다는 게 외신들의 평가다. 이승훈의 우승은 하루 5만m에 이르는 피나는 훈련의 결과다. 대학 동기 모태범, 이상화 선수의 선전도 자극제가 됐다. 거기다 이승훈 의 타고난 지구력과 코치진의 맞춤전략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결코 기적의 금메달이 아니다.
지금까지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 대표선수들은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3, 은2개를 획득해 국민들에게 커다란 기쁨을 선사했다. 전통의 빙상 강국 네덜란드(금3, 은1, 동2)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이승훈은 모태범 선수 등과 함께 27일 열리는 단체 추발경기에도 출전한다. 이 부문 세계 랭킹이 10위권 밖이어서 메달 획득은 어려워 보이나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당부한다.
세계는 ‘가장 성공한 스피드 스케이팅 강국’으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자만은 금물이다. 지금 성적에 안주해선 안 된다. 김관규 대표팀 감독은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 선수가 아직 어리니까 2014년 소치 올림픽까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2018년을 생각하면 답이 없다”고 했다. 한국 빙상의 영광이 4년 후, 8년 후에도 이어지려면 국민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전폭적인 투자가 꾸준히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