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사는 세상 상생경영] 협력사와 손잡고 세계 최고 향해 뛴다

입력 2010-02-24 17:59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세계 최고의 기업 자리를 유지하는 비결은 뭘까? 빌 게이츠부터 시작된 창의적인 사고는 창업 초기엔 그 힘을 발휘했지만 지금까지도 MS가 경쟁자들보다 더 창의적인 것은 아니다. 막대한 자금력도 한 이유지만 돈만으로는 절대 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 MS가 일류 기업인 근본 이유는 상생의 가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MS는 세계 3만9000여개 파트너사에 소속된 600만명의 프로그래머와 함께 일한다. MS는 이 네트워크를 유지하는데 1년에 10억 달러 이상 투자한다. 하지만 이런 투자는 그대로 이익과 시장 지배력 강화로 돌아온다.

고급 카메라의 대명사가 된 일본 캐논의 경영이념은 공생이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간 캐논 역시도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협력업체와의 공생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시기동안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하면서 공급 사슬을 효과적으로 개선했다. 덕분에 위기도 이겨내면서 국민적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한때 상생경영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베푸는 것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협력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상생은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인 자선 차원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핵심 과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그룹의 상생협력 지원규모는 2조6002억원으로 2008년보다 28.7% 증가했다. 상생경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더 커졌다는 증거다.

상생협력 모델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빠른 거래대금 지급이나 현금결제 등으로 자금운용에 숨통을 틔워주는가 하면 여러 방식의 기술개발지원이나 인력재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설 명절 전에 협력사 1334곳에 구매대금 1조7000억원을 조기 집행했다. 또 이 자금이 2차, 3차 협력업체로 즉시 지급될 수 있도록 사후 관리까지 책임졌다. 이 회사는 상생협력운영자금 대출과 상생협력펀드, 금형담보 대출 등도 지원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이달부터 협력회사 직매입 납품대금 결제를 최대 45일 앞당기고 100% 현금으로 지급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250개 업체가 연간 2701억원 앞당겨 받게 된다.

경기도 수원의 삼성전기에 있는 ‘윈윈 플라자’는 상생경영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협력업체 직원들이 상주하며 삼성전기 연구원들에게 컨설팅을 받고 공동연구도 진행한다. 원래 본부 사업장내 있었는데 협력사의 접근성을 고려해 건물 외부로 이전했다. 협력사는 기술지원을 받아 좋고 삼성전기는 각자 주력상품을 가진 많은 중소기업들이 한 회사로 뭉친 것 같은 효과를 내서 좋아한다.

현대중공업은 기술교육원을 통해 지난해 하반기 동안 전국 53개 중소기업 근로자 483명을 대상으로 핵심 직무능력 과정을 운영했다. 이 과정에 대한 호응이 좋아 지난해 1개 과정이던 것을 올해 16개 과정으로 대폭 확대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