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CEO 리더십-(4) 최종현 SK 2대회장] 비전·철학 갖춘 감동주는 지도자

입력 2010-02-24 17:47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 되는 데는 존 록펠러, 헨리 포드, 그리고 일본이 세계 제2 경제대국으로 되는 데는 마쓰시타 고노스케 같은 기업 경영인들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되는 데도 최종현 이병철 정주영 같은 지도자들이 그런 역할을 했다.

최 회장은 비전, 철학, 전략 면에서 독창적이면서 많은 감동을 주는 지도자였다. 그가 원한 것은 대한민국과 한국인, SK를 비롯한 한국 기업 모두를 세계 일등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SUPEX와 SKMS라는 이론도 만들었다. 이점에서 그의 탁월성이 돋보인다.

SUPEX는 대단히 유용한 말이다. 얼마 전 김연아 선수는 세계 피겨스케이팅 대회에서 약간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일등을 했다. SUPEX란 일등을 하더라도 작은 실수도 하지 않음은 물론 인간으로서 가능한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등을 크게 넘어서는 능력 발휘를 의미한다.

최 회장은 누구나 심신수련을 통해 SUPEX 능력 발휘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기(氣)수련원을 설립하고 기 수련에 관한 책도 냈다. 평소 세계적인 인재 육성에도 헌신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해 세계적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재만 500명 이상 육성했다. 세계적 대학 설립을 위한 노력도 많이 했다.

기업을 SUPEX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SKMS라는 독창적 경영원리를 개발했다. 외환위기 때 30대 그룹 가운데 반 이상이 해체됐지만 SK가 잘 극복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국민총소득 1000조원, 1인당 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은 한국에는 이러한 독창적 경영이론이 긴요하다.

그는 한국을 일등 국가로 만들기 위해 ‘21세기 일등 국가가 되는 길’이라는 책을 썼다. 노조·정치·지도자 문제 등에 관한 그의 탁견을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경제학의 국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경제학자들과 많은 토론을 했다. 어떨 때는 점심 전에 만나서 오후 6시까지 한 적도 있었다.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현 SK텔레콤 명예회장)도 참석한 그 모임을 ‘경제학 한국화 모임’이라고 했다. 나는 그의 주장 가운데 참신한 것들을 많이 녹음해놓았다. 그의 목소리를 가장 많이 녹음한 사람은 아마 필자가 아닌가 한다.

경영학의 시조 피터 드러커는 지도자의 핵심 조건은 세 가지라고 했다. 첫째는 올바르고 확고한 비전, 둘째는 리더십을 의무이지 특권으로 생각하지 말 것, 셋째는 진실하고 언행이 일치해서 믿고 따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최 회장은 바로 이들 조건을 잘 충족하려고 노력한 탁월한 지도자였다. 혼으로 일하고, 혼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혼으로 나라를 일등 국가로 만들려고 했다. 그가 소망한 이 세 가지가 모두 이뤄져 한국이 세계 일등 국가가 되기를 기원한다.

송병락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