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중견작가 유선태·한영 부부… 3월 2일까지 사간동 갤러리 반디서 2인展

입력 2010-02-23 18:54


‘말과 글’ 시리즈로 국내외에서 호평받고 있는 중견작가 유선태(53)와 정열적인 색채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여류작가 한영(52). 두 작가는 부부다. 부부가 같은 길을 걸으면 ‘부창부수’라느니 ‘일심동체’라느니 하나의 단어로 묶어서 표현하지만 두 사람의 작품세계는 각기 개성이 뚜렷하다.

사과 책 음표 나무 등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재들을 이용해 현실에 바탕을 둔 초현실적인 세계를 화면에 옮겨내는 유선태는 이를 통해 관람객에게 ‘명상’의 이미지를 선사한다. 그의 그림에 특히 자주 등장하는 사과의 경우 평범한 사물에 불과하지만 보면 볼수록 자신도 모르게 사유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색채주의 작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영은 어떤 대상을 통해 작품의 주제를 설명하기 보다는 공간과 형태, 색채 등 가장 기본적인 조형으로 나름의 이미지를 제시하려 한다. 화면 위에 붓질한 색채의 리듬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본능적인 충동이기도 하고 새로운 시도를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두 작가는 198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예술적 동지로 만났다. 홍익대를 나온 유선태가 한영이 다니던 파리국립미술학교에 진학했고, 이후 두 사람은 파리국립8대학교 석·박사 과정을 나란히 거쳤다. 결혼 후 남편은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작업하고 아내는 파리에서 주로 지내며 작품활동을 해왔다.

따로 또 같이, 각각의 예술세계를 추구하는 이들이 3월 2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반디에서 2인전을 연다. 유선태는 책과 나무, 사과와 음표 등이 놓인 기존의 ‘말과 글’ 연작은 물론이고 도자기를 그려넣은 신작을 선보인다. 한영은 웅크린 인체 같기도 하고 식물이나 곤충 같기도 한 추상화를 내놓았다.

형식적으로는 구상과 추상으로 분류되는, 서로 다른 회화이지만 두 작가 모두 작품을 통해 직감적이고 본능적으로 어우러지는 감성의 영역을 중요시하고 있다.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지만 결국에는 예술이라는 종착점에서 만나게 되는 부부의 정신적 교감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전시회다(02-734-2312).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