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을 씽씽… 가슴에 희망 안고 달리다
입력 2010-02-23 18:48
국민일보 주최 ‘13회 소년소녀가장 스키캠프’
“스키가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오전에 스키를 배우고 오후에 씽씽 달릴 수 있다니 내 자신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국민일보, 사랑과행복나눔재단, 어린이재단이 공동주최 한 ‘소년소녀가장 꿈나래 겨울 스키캠프’가 23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렸다. 올해 13회째인 스키캠프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초·중등생과 인솔교사 등 100여명이 참가했다.
오전 9시 정각 스키복, 헬멧, 고글, 장갑 등으로 한껏 멋을 낸 아이들이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마운틴 스키하우스 앞 넓은 눈벌판에 모여들었다. 바람도 없고 화창해 스키 타기에 최고의 날씨다.
4개 팀으로 나뉘어 스키 강사의 지도 아래 기초강습에 들어갔다. 넘어졌다 일어서기, 옆으로 걸어 경사면 오르기, 방향틀기 등을 따라하자 이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실습에 들어가자 엉덩방아를 찧거나 눈 바닥에 고꾸라지기도 한다. 스키가 가속도가 붙어 스르르 내려가자 놀라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 눈밭에 드러눕기도 하지만 웃음은 끊이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힘들어 못하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자 강사들이 웃으며 잠시 쉬는 시간을 준다. 하지만 “나는 힘들지 않다”며 계속 배우려는 열성파도 있다.
점심식사는 곤돌라를 타고 백운산 정상에 올라 전망대 회전식당에서 했다. 사방팔방 온통 눈으로 덮인 백두대간이 장관이다.
이어 자유스키 시간. 오전 내내 “힘들어 못하겠다”며 얼굴을 찌푸렸던 재윤(가명·중1)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중급 슬로프를 씽씽 내달린다. 이에 뒤질세라 아이들 모두가 소리를 지르며 슬로프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인솔교사 정은선(26·여·사회복지사)씨는 “주눅이 들었다가도 거칠게 행동하곤 하던 아이들이 좋은 구경에 스키를 타면서 한결 밝아졌다”며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는 것도 복지정책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아이들은 1시간 동안 마술 공연을 관람한 뒤 손가락 불 옮기기 등 세 가지 마술을 배우고 마술재료도 선물 받았다. 자신감을 심어주고 학교 가서도 친구들과 잘 어울리게 하려는 취지다.
캠프 첫날인 전날 첫 방문지인 동해 제1함대사령부를 찾은 아이들은 1400t급 김천함을 타고 고속질주도 하고 가상 전투상황까지 경험했다. 해군 장병들은 용기를 북돋아주고 꿈을 심어주기 위해 아주 특별한 대우를 한 것이라고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설명했다.
학생 5명을 인솔해 온 강다인(26·여·사회복지사)씨는 “처음 만난 아이들인데 얼마나 정에 굶주렸는지 나를 놓고 사랑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겉으론 웃고 있지만 사실 마음이 아프다”고 안쓰러워했다.
아이들은 24일 영월 별마로 천문대를 찾아 별자리를 관측하는 것으로 2박3일 일정을 마무리한다.
창간 이래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오고 있는 국민일보는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우는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행사는 외환은행나눔재단과 하이원리조트, 포스코에서 후원했다.
정선=변영주 기자 yzbyo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