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수형자, 한국문화 배우며 새 삶… 세계 최초로 천안에 전담 교도소 문열어

입력 2010-02-23 18:57


외국인 수형자에게 ‘맞춤형’ 교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전담 교도소가 23일 세계 최초로 충남 천안에 문을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천안외국인전담교도소는 기존 천안소년교도소 시설을 이용한 41만3257㎡ 규모로 수형자의 생활공간인 사동 10개를 포함해 49개 건물로 구성됐다. 현재 이곳에 수감돼 있는 외국인은 중국 러시아 멕시코 등 27개국 출신 591명. 전국의 일반 교도소에 있던 이들은 최근 이감됐다. 국적과 종교에 따라 수용된 게 특징이다.

외국인 교도소가 일반 교도소와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다. 교도소 안에 전통문화체험실, 도서실, 시청각실 등 한글 및 한국 문화를 배우는 다양한 공간이 마련됐다. 이곳엔 전문 강사가 배치돼 2주에 한 차례 한복 입는 법, 전통예절, 다도 등을 가르친다. 원하는 수형자는 한복을 입은 모습을 영상이나 사진에 담아 고국의 가족에게 보낼 수 있다.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중국어 아랍어 등 6개국어로 된 영상 프로그램도 볼 수 있다. 출소 후 사회 복귀를 위해 원예, 배관, 이용 등 직업훈련도 병행된다.

수감자들의 식단은 어떨까. 기자가 찾은 이날 외국인의 아침 식단은 식빵과 계란부침, 주스 등이었다. 내국인은 야채된장국과 두부조림이었다. 점심과 저녁 식단도 수프와 햄버거, 야채샐러드, 우유 등으로 짜였다. 하지만 수감자들이 생활하는 거실은 다른 교도소와 다르지 않았다. 현재 이 교도소에는 2인용실(6.48㎡·약 2평)과 5∼7인용실(15.46㎡·약 4평) 등 두 종류의 거실이 있다.

법무부는 2000년대 들어 국내 체류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외국인 범죄자도 늘자 외국인 전담 교도소를 세우기로 하고 지난해부터 준비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9년 12월 말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120만명이고, 전국 교정시설에 수용된 외국인 범죄자도 1500명을 넘어섰다. 교도소 측은 수형자 출신국 대사관 등을 통해 외국어에 능통한 교도관 9명을 특별 채용했다.

외국인 수형자에게만 특별대우해주는 것 아니냐는 일부 시각도 있을 법하지만 교정 당국은 이 시설이 국내 일반 교도소와 시설 수준 등에서 다른 점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교도소 관계자는 “외국인 전용 교정시설이지만 거실의 시설이나 규모 면에서 다른 내국인 교도소와 별반 차이가 없으며 침대 등 생활 편의를 위한 물품을 별도로 갖출 계획도 아직 없다”고 말했다.

천안=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