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천안문사태이후 첫 시위… 중심가 창안제서 예술가 10여명 철거항의 집회

입력 2010-02-23 18:43

중국 베이징 중심가인 창안제(長安街)에서 1989년 천안문(天安門) 사태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집단시위가 발생했다.

중국의 저명한 설치미술가인 아이웨이웨이(艾未未) 등 예술가 10여명은 22일 오후 창안제에서 예술구역 강제 철거에 항의하는 집단시위를 벌였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홍콩 언론들이 23일 보도했다.

이들은 천안문 광장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창안제 동쪽거리로 뛰어들어 ‘공민권리(公民權利)’ 등의 글씨가 쓰인 흰색 현수막을 내걸고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차도 일부를 일시 점거한 채 천안문 방향으로 행진하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해산됐다. 일부 예술가들은 경찰에 맞아 부상하기도 했다.

앞서 이날 새벽 2시쯤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에 있는 정양(正陽)예술구(藝術區)가 200여명의 인부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이 과정에서 철거에 항의하던 예술가 7명이 다쳤으며, 한 일본 예술가는 흉기로 머리를 맞아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창안제 시위는 이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이뤄졌다.

시위를 주도한 아이웨이웨이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인 냐오차오(鳥巢)의 설계에 참여한 세계적인 설치미술가이자 인권운동가다.

그는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중국 당국의 검열에 맞서 인터넷 자유를 지키기 위한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숫자가 많지 않았지만 그 상징성 때문에 이번 시위는 많은 누리꾼의 관심을 끌었다. 한 인터넷 평론가는 “80년대 왕단(王丹)이 학생들을 이끌고 창안제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했다면, 2010년엔 아이웨이웨이가 예술가들을 인솔해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