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서강대 현대정치硏, 2년간 閣議 안건 분석
3회 : 경제·외교안보 분야 정책 분석
이명박 정부는 ‘친기업·시장 우선’ 원칙을 내걸고 출범했다. 집권 초기 내건 ‘작은 정부, 큰 시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 등의 슬로건에는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책기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나 ‘촛불 정국’에 이은 2008년 9월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풍랑은 ‘정부의 시장 개입과 조정’ 쪽으로 국정의 방향타를 돌려놓았다.
◇금융위기 고조될수록 경제적 보수도 희석=지난 2년간 경제정책은 사회·문화 등 다른 부문에 비해 뚜렷한 보수성향을 보였다.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에게 경제 문제는 양보할 수 없는 분야였던 셈이다. 그러나 집권 1년차 후반에 불거진 금융위기는 이러한 국정 기조에 변화를 불러왔다. 위기가 고조될수록 ‘작은 정부, 시장 우선주의’는 희석되고, 정부 개입주의가 두드러졌다. 경제정책의 선임부처인 기획재정부가 국무회의에 상정한 안건에도 이러한 경향이 뚜렷했다.
본보와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국무회의 안건 1440개 가운데 재정부가 제출한 138개 안건의 이념코드를 분석한 결과, 집권 1년차 상반기 0.54였던 이념점수는 1년차 하반기 0.65로 강화됐다가 2년차 상반기 0.43, 하반기 0.29로 점차 낮아졌다. 보수(+1)와 진보(-1)로 매긴 이념점수가 0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보수나 진보 성향의 강도가 약해진다는 뜻이다. 기업규제 완화와 법인세 감세 등 보수적 시장주의 공약을 내걸고 시작한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도 금융위기와 함께 점차 중도로 희석된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국무회의록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초기 국제유가에 대한 우려에 국한됐던 국무회의는 금융시장 전반과 중산 서민층의 타격에 대한 우려로 전환됐다.
이 대통령은 2008년 6월 24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제유가가 150달러에 육박할 경우 국가비상체제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경제 안건의 초점은 민영화 확대 등 보수색채가 강했다. 국무회의 경제 안건에서 물가관리 등 시장을 조절하는 진보적 색채가 짙어진 시점은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를 전후해서였다.
전기·가스요금 안정의 근거 마련을 위한 에너지특별회계법 시행령을 비롯해 희망근로 대상자의 급여를 소비쿠폰으로 나눠주기 위한 고용정책기본법 시행령 등도 이러한 국정 기조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예비비로 본 국무회의 이슈=소관 부처별 논의를 거쳐 최종 안건으로 오르는 법안과 달리 현장의 이슈가 곧바로 반영되는 안건도 있다. 국무회의에서 결정되는 예비비 지출 내역이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지출로 인한 부족을 충당하기 위해 세입·세출 예산에 올라있는 비용으로 일종의 비상금 성격을 지닌 나랏돈이다.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도 예비비는 모두 8590억원이 쓰였다. 이 가운데 재해대책이나 복지예산 부족분을 동원하기 위한 예비비 지출 외에 원화가치 급등락으로 인한 환차손을 메우는 데 340억원이 사용됐다.
지난해에는 신종 플루 긴급대응 예비비(184억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29억5000만원),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20억9000만원) 등 예기치 못한 장례비용에 예비비 지출이 집중됐다.
특별취재팀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 이지호 선임 연구위원, 윤종빈 명지대 정외과 교수(객원 연구위원)
◇본보 특별취재팀=하윤해 안의근 이도경 기자(이상 정치부) 정동권 기자(경제부)